건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건설은 인류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삶의 방식까지 바꾸어 왔을뿐 아니라, 안락하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이러한 인류에 대한 본질적인 기여뿐만 아니라 산업혁명 이후 인구의 도시집중과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건설시장은 급속히 확대됐다. 건설 프로젝트가 대형화ㆍ첨단화되고 타 산업으로 파급효과가 커지면서 종합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분업과 협업의 경제논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경우에도 해방 이후 한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경제 강국 및 수출액 세계 7위를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되기까지 건설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성장정책의 후유증이 하나둘씩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건설업계는 원자재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세계경기 위축과 국내 주택건설시장의 장기적인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건설경기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하게 됐다.
위기의 건설산업에 돌파구는 없는가?
사실 건설산업의 위기는 건설인들이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산업의 특성상 태동기부터 종합건설업체인 원도급자와 전문건설업체인 하도급자 간의 전문화ㆍ분업화는 필수불가결했다.
전문화ㆍ분업화는 건설산업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수직적 하도급 구조가 30여년간 지속되다 보니 각종 불법ㆍ불공정 행위가 적지 않다. 하도급 과정에서 저가 하도급, 대금 미지급 및 하도급대금으로 미분양 아파트 지급, 산재사고 발생 시 공상처리 강요, 민원 발생 처리 비용 전가, 내역서에도 없는 공사 시공 강요 등이 대표적이다. 하도급자에게 비용과 책임을 떠넘기는 불평등한 구조가 고착화되어 원ㆍ하도급자 간 상생의 시너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이 붕괴되면 국민들의 삶의 질이나 경제가 결코 나아질 수 없듯이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상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하도급 불공정 행위가 지속적으로 성행할 경우 건설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택시장 정상화를 통한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건설생산 주체(원ㆍ하도급자, 자재ㆍ장비업자 및 건설근로자)의 '갑을 문화' 개선을 위해 '건설산업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감 부족과 최저가 낙찰제 같은 출혈을 부르는 입찰방식으로 인해 종합건설업계도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며 현실을 버텨가고 있다. 연간 국내 수주물량이 100조원 아래로 급격하게 줄어들어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건설업계 역시 벼랑 끝에 몰리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과거 그 어느 정부 때보다 대통령과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를 위한 정책이 일시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 건설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도 원ㆍ하도급자, 건설기계업체 및 건설근로자 등 모든 생산주체가 고통을 분담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삶의 터전인 건설현장이 공멸이 아닌 상생과 화합의 길로 가는 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가길 기대해 본다.
구자명 대한전문건설협회 상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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