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사임에도 동결…美 ISS "실질적 증액" 지적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SK그룹은 21일 8개 상장 계열사의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임원보수 한도를 대부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SK하이닉스만이 대폭 한도를 대폭 늘렸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이날 서울 서린동 SK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외 이사 7명에 대한 보수한도를 120억원으로 정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는 지난해와 동일한 액수다.
SK이노베이션도 이날 주총에서 사외이사 6명을 포함한 14명의 이사에 대한 보수한도를 150억원으로 지난해 이사 15명의 보수한도와 같이 동결시켰다.
SK㈜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실형 선고로 인해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이사 인원이 줄었다. 하지만 보수 한도를 동결해 실질적 증액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SK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등기이사 수가 줄었는데도 이사 보수 전체 한도가 줄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지침으로 내놓은 바 있다.
앞서 SK㈜는 최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에 따라 조대식 SK㈜ 사장을 단독 대표이사로 바꿨고 SK이노베이션도 구자영 부회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최 회장은 올해 임기 만료되는 SK㈜와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임기가 남은 SK하이닉스와 SK C&C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날 SK와 SK이노베이션 주총에서 보수한도 동결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의견은 없었으며 모두 15∼20분만에 종료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최 회장 대신 임형규 부회장과 최종원 사외이사 등 2명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사내외이사가 기존 9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 보수한도는 5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SK 관계자는 "보수한도를 늘린다고 해서 실제 그만큼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SK하이닉스는 워크아웃 당시 지나치게 낮게 정해졌던 보수한도를 동종업계 수준에 맞춰 올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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