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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한 끼' 학교급식, 공공의 약속과 질서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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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옥 안양서초등학교 영양교사 인터뷰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최근 몇 년간 '아이들 밥상'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에 '밥상머리 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인식이 자리 잡을 새도 없이 학교급식은 각종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상황이다. 2002년 창립부터 10여년간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에서 공동대표로 활동했으며 25년째 일선 학교에서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정명옥 안양서초등학교 영양교사에게 '한 끼 밥 속에 깃든 교육적 가능성'을 들어봤다.


▲급식을 하는 모든 학교에 영양사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영양교사’가 따로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3월에 신입생이 입학하면 첫 일주일 동안 급식수업을 합니다. ‘급식 놀이’라는 활동을 통해 우리 학교 식당에서 지켜야 할 여러 규칙을 재미있게 익히도록 유도하는데요, 저는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에는 900가지가 넘는 맛이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학교의 식구가 900명이 넘기 때문이지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정성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그 음식의 ‘맛’이 저마다 살아난다고 가르칩니다.

▲영양교사가 영양사와 달리 ‘수업’의 형태로 학생과 만나는 것은 왜 중요한가요?
-아직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지도력으로서의 권위가 ‘수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보장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선생님이 아닌 사람의 차이를 앞서 말한 ‘권위’의 지점에서 구별하는 듯합니다. 쉽게 말해, 수업시간에 만나는 사람이 아닌 어른의 말은 잘 듣지 않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급식 또는 식생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영양(교)사와 수업을 통해 만나는 것이 중요하고요, 또한 영양교사 역시 아이들에게 직접 다가가야 그만큼 책임감을 더 느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왜 먹을거리를 가지고 교육을 해야 하나요?
-식생활은 곧 문화입니다. 문화를 일체의 생활양식이라고 정의할 때 먹는 문제는 자기 정체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지요. 히포크라테스는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다’라고도 말했으니까요. 점심시간을 그저 허기를 채우는 시간으로 때우는 것은 먹을거리의 근원, 음식에 담겨 있는 뭇 생명들, 그 음식으로 인해 이어가는 생명 현상의 원리를 모두 놓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앞에 오게 됐는지 아는 것은 생명의 존엄함을 배우는 출발점입니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깃들어 있음을 알게 하는 데 밥상은 그 자체로 교구(校具)이지요.

"'건강한 한 끼' 학교급식, 공공의 약속과 질서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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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에는 획일성 또는 강제성이 내재돼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단체급식 자체가 일종의 강요일 수 있다는 점은 늘 인식하며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학교라는 공간적 특성상 학교급식은 ‘배움’과 ‘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로 요긴하며, 이것은 앞서 말한 단점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학교식당은 대부분 비좁고 점심시간은 50분~1시간으로 짧다 보니 많은 인원이 함께 밥을 먹으려면 공공의 약속과 질서를 지킬 수밖에 없죠. 질서라는 덕목에는 물론 양면이 있어서, 자칫 통제의 수단으로 작동해 개인의 자율을 억압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인식하고 이타적 감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한 그릇의 밥을 기다리며 배울 수 있습니다. 학교 점심시간은 저잣거리의 풍경을 연상케 할 만큼 역동적이면서도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울 수 있는 잠재적 교육과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편식을 고친답시고 식판을 검사해 음식을 남긴 학생을 꾸중하기도 하는데요.
-아이들은 나무와 같아서, 위로 옆으로 한없이 가지를 뻗습니다. 그 속에 생명력이 충만하기 때문이죠. 생명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좋은 먹을거리를 골고루 먹는 것이 우선 맞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남긴 학생을 벌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음식을 선택하고 섭취하는 데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개인의 주관이 깔려 있기 때문에 상벌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편식은 아주 적은 양의 음식을 기분 좋게 경험하면서 서서히 고쳐나가야 합니다.


▲‘친환경 농산물’, 우리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건가요?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론은 무성합니다만, 일반 농산물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할 만큼 영양학적 가치가 명료하게 높은지에 대해서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영양학적 관점에 국한했을 때의 얘기고요, 친환경농어업의 확대가 식품안전 문제뿐 아니라 자연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일에 기여한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즘 아이들의 건강이 별로 좋지 않은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먹을거리의 변화를 들고 있는데 이것은 의학적·임상학적으로 많은 부분이 규명되고 있습니다. ‘치유’의 방편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 밥상이 선거철만 되면 정치에 휘둘리는 현실이 답답하실 것 같습니다.
-급식관련 예산을 두고 각종 이권사업의 이해당사자 또는 정치권의 철새들이 마치 단물을 따라 날아드는 벌레들처럼 우글거리는 곳이 학교급식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는 것은 순수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학교급식의 최종 수혜자는 학생임을 강조하는 것이죠. 학교급식 특히 식재료 구매와 관련해 시장논리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먹거리 교육을 구성하는 데 식품학이나 영양학 등 학문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식생활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은 바쁜 일상 탓에 지나치게 효율성, 편리성을 좇습니다. 실로 식생활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마저 결여된 것 같은 부박한 식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음식을 먹는 행위와 관련된 모든 문화는 단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먹는 행위를 통해 그것과 관계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꾸고, 그런 희망을 이뤄가는 데 학교급식이 한몫을 담당했으면 합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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