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 대표와 막역한 사이
해외도피 도운 혐의로 수사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현주 기자] 3000억원대 대출사기의 주범인 KT ENS 협력업체 대표의 해외 도피를 도운 금융감독원 김모 팀장(50)은 7~8년 전부터 이들과 어울려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평소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김 모 팀장은 1999년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될 당시 한국은행에서 건너왔다. 금감원 감찰이 있기 직전 자본시장조사1국 팀장으로 지냈다. 2011년에는 외환업무실 수석검사역을 맡았고 신용감독국(현재 기업금융개선국과 유사)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현재는 보직 해임돼 총무국으로 발령난 상태다.
대출사기가 시작됐던 2008년 전에는 2006~2007년 2년 동안 금감원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적극적인 행동파 성향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의 취재제한을 지시한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기도 했으며 김중회 부원장이 당시 금품수수 혐의로 긴급체포되자 검찰이 부적절한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대출사기의 주범인 서정기 대표와는 2005년부터 알고 지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나서 운동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온 것 같다"며 "개인관계로 계속 알고 지내온 사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막역한 사이로 친분관계가 상당히 깊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서정기 대표가 금감원 직원도 향응 접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 대표를 통해 금감원 직원의 명함을 받은 사람들도 업계에 몇몇 있고 술 먹다가 지인의 장례식장까지 데려와 함께 카드를 쳤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경찰 측에서는 사건의 주범 등과 어울려 다니며 해외 골프 접대와 수억원에 이르는 이권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했다.
이런 친밀 관계로 인해 금감원이 이번 대출사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이 사실을 서 씨 등에 알려준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도피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니 무의식적으로 얘기를 해준 것 같다"며 "조직적으로 개입한 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정기 대표 등의 대출사기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팀장까지 할 정도면 대출 자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은 된다"며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때 뭔가 코멘트를 해줬던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금융권의 복잡한 구도 이런 것을 문의하면 답변해주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출사기 주범들의 해외도피를 도운 이유에 대해서는 단순 친분이라는 주장이 우세하지만 돈이 얽혀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있는 자녀들을 위해 금전적으로 힘들었을 가능성이 있고 강남쪽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일부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결국 돈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