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교육 여건 때문에 지방근무를 극도로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심끝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설립을 추진했는데 '삼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죄로 숱한 뭇매를 맞고 있어 안타깝다."
삼성그룹이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인력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충남 아산 탕정 지역에 설립한 자사고가 일부 교육시민단체의 주장으로 뭇매를 맞은데 이어 지역주민들의 오해까지 쌓여가고 있어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은 교육 여건 때문에 탕정 근무를 꺼리는 임직원들을 위해 자사고를 설립했다. 당초 충남도교육청에 공립고등학교 설립을 요청했지만 예산 문제로 자사고 설립을 제안 받아 학교를 만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귀족학교' 논란이 불거지며 삼성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자사고로 설립된 충남삼성고는 신입생 정원의 70%를 삼성그룹 임직원 자녀들로 받고 있다. 여기에 연간 학비가 1000만원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돌며 삼성그룹 고위직 자녀만 다니는 학교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삼성측의 입장이다.
탕정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임직원 3만6000여명이 근무한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사람은 600명 이상이다. 대부분 고위 임직원이 아닌 생산직에 근무하는 일반 근로자들이다. 이들 임직원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탕정면에 소재한 탕정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삼성에서 일하지만 탕정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탕정 소재 고등학교가 부족해 공립고등학교 설립을 요청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사고를 설립하게 된 것"이라며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주요 인력들을 확보하기 위해선 교육 여건을 직접 개선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간 학비 1000만원이라는 주장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충남삼성고의 연간 수업료는 삼성그룹의 지원금을 제외하고 244만원이다. 천안 북일고는 285만원, 서울 하나고는 435만원, 인천 하늘고는 280만원 정도로 타 자사고보다 오히려 싸다.
충남삼성고는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일반 공립학교와 달리 사교육을 없애고 학교 내에서 방과후 학습을 직접 수행한다. 여기에 더해 수업료에 기숙사 생활을 위한 식대, 숙소비 등을 모두 포함할 때 1000만원 정도가 든다. 삼성그룹 임직원도 복리후생 차원에서 수업료만 회사에서 지원 받고 나머지 비용은 내야 한다. 때문에 수업료가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는 게 삼성측의 주장이다.
재계는 충남삼성고의 이같은 논란이 지방으로 산업단지를 옮기려는 정부 정책과 기업들의 노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수도권에 집중된 인력들이 지방으로 분산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논란을 일부 교육시민단체들이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 입장서는 우수 인력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지방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이같은 귀족학교 논란들이 불거지며 안타까울 때가 많다"면서 "기업들의 지방 산업단지 투자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배려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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