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를 '기득권을 지키려는 명분 없는 저항'이라고 규정하며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상당히 강력한 수준의 경고가 나온 것인데 의사들의 향후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갖게 한다.
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는 합리적이고 건설적 대화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겠지만 비정상적인 집단이익 추구나 명분 없는 반대 그리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의사들을 추가로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태해결을 촉구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예상보다 강력한 경고가 나온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변화에 저항하거나 사실관계까지 왜곡해 가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행동"이라며 "특히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서 국민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 피해를 끼치는 행위는 결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와의 '한판승부'를 각오하고 있는 의사협회는 당장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정당하고 의로운 주장을 범죄자의 항변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 많은 의사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정부를 향해 경고했다.
의사협회는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등에 반발해 이날 하루 집단휴진을 결정했고, 동네병원의 약 30%가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책임지는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의 경우 전체 1만 7000여명 중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7200여명이 투쟁에 참여했다고 의사협회는 발표했다.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이 전해진 후 의료계에는 두 갈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이 전해진 후 특히 젊은 의사들이 더욱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대통령이 협상보다는 '진압'에 가까운 지시를 내린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병의원의 경우 면허정지 등 처분이 내려질 경우 입게 될 경제적 피해가 커, 의사협회가 24∼29일 6일간 진행하려는 전면파업은 동력을 잃게 될 공산도 큰 상황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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