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월요일 오전에는 평소 사람이 많이 몰렸는데 오늘은 오히려 줄어든 편이다."
10일 오전 11시5분께 서울 동대문구 용신동 소재 동부병원 접수ㆍ수납창구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한 병원 직원은 "의료파업이라고 하는데 평소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병원에는 접수를 기다리기 위해 마련된 의자는 대부분 텅 비어 있는 등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날 대대적인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시는 동부병원 등 8개 시립병원과 25개 자치구 보건소의 운영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병원 분위기는 평상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날 동부병원 정형외과를 찾은 김택용(71)씨는 "집 앞 병원이 문을 닫아서 이곳으로 왔다"며 "15분 정도 기다리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구 보건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순번대기표는 밀려 있지 않았으며 접수창구에 있는 상담원들도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30여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대기좌석에는 50~60대로 보이는 여성 5명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구 보건소 건너편에 위치한 유한약국 약사는 "환자가 많이 몰리지 않고 있다"며 "이 정도면 평상시와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성동구 보건소는 방송국 취재진으로 인해 다소 복잡했을 뿐 정작 환자들은 거의 없었다. 오전 11시40분께 진료를 접수하기 위해 창구에서 기다리는 2명 외에는 물리치료실 병상도 절반은 비어있었다. 성동구 보건소 직원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환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며 "파업이 일단 오늘 하루만 진행됐기 때문인 것 같은데,그러나 추후 장기파업이 벌어지면 확실히 늘어나긴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전공의 1만7000여명 중 7190명(42%)이 집단휴진에 동참해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대학병원도 접수 및 진료지연 등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고대 안암병원을 찾은 연규식(49)씨는 "일반병원에서 진단서를 떼 와야 보험 적용을 받는데 병원이 문을 닫아서 그냥 왔다"며 "하지만 병원 측에서 배려해준 덕택에 보험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암병원 관계자는 "100여명의 전공의를 제외하고 교수들은 모두 진료를 보고 있다"며 "파업에 따른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비상보건의료대책본부 관계자는 "환자가 많이 몰리면 외래진료 추가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며 "현재까지 병원으로부터 별다른 보고사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공의 1500여명은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으로 집결했다. 이들은 적십자사에서 나온 헌혈차를 이용해 헌혈 캠페인을 벌이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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