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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연못은 '복도소'라 불렀다(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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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 - 퇴계의 사랑, 두향(45)


[千日野話]연못은 '복도소'라 불렀다(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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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너도 발을 내어 좀 씻어보려무나. 산책 뒤에 발을 차게 해주면 정신이 맑아지고 피로가 풀리는 효험이 있지 않느냐."
"어찌 제가 여기서 나으리와 함께 발을 담그고 있겠사옵니까?"
"왜 그게 안 된다는 것이냐?"
"남들의 눈이 있지 않사옵니까?"
"남들의 눈 또한 본성에서 우러난 자연스러운 것을 보면 감탄하게 되어 있느니라. 다만 예(禮)를 벗어나지 않는 몸가짐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
"그 헤아려주시는 뜻이 망극하옵니다."


(탁오대 암각자는 충북 지방유형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암각자는 원래 단양천 상류 중방리에 있던 것을 글씨 부분을 중심을 떼 내 하방리로 옮겨 관리하고 있다. 퇴계가 탁오대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굴원을 의식하기도 했겠지만 탁영 김일손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탁영은 바로 갓끈을 씻는다는 뜻이 아닌가. 김일손은 바로 퇴계가 근무하던 이요루에 와서 여행기를 남기고 간 그분이다. '탁오대' 글씨가 퇴계의 것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누군가가 퇴계의 추억을 글씨로 새겨놓은 것일 수도 있다. 후일에 두향이 이곳에 와서 기억을 더듬으며 각자(刻字)해놓은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발을 씻은 뒤 두 사람은 서각쟁이와 함께 다시 1000보쯤 걸어 상류로 올랐다.
"이번에는 발이 아니라 온몸을 씻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퇴계가 미소를 띠며 두향에게 말했다. 여인은 금방 얼굴이 빨개졌다.
"여기는 나으리께서 치수(治水)를 위해 연못을 판 곳이 아니옵니까?"
"그렇단다."
"연못에 물이 제법 들어찼군요."
"그래. 나는 매일 여기를 와 본단다. 여기 너럭바위가 나의 별장과 같노라."
"가뭄이면 저 물을 이용할 수가 있겠군요. 주변의 여러 전답(田畓)에 저 물길을 보내는 일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할 듯하옵니다."
"그렇단다. 저 물길이 살아나면, 단양의 경제도 살아나지 않겠느냐."
"정녕, 그러하옵니다."


"우리가 앉은 이곳에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하면 좋지 않겠느냐?"
"나으리. 아직 멱을 감기에는 마땅하지 않은 날이옵니다."
"그래. 알고 있다. 이곳에서 멱을 감을 날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좋겠구나."
"나으리의 깊은 뜻을 이제야 감히 짐작하겠사옵니다."
"저 소(沼)를 복도소(復道沼)라 지은 연유를 알겠느냐."
"복도(復道)라 함은 혹시…."
"혹시 뭐더냐?"
"길을 회복(回復)했다는 의미를 넘어, 극기복례(克己復禮)를 뜻하신 것이 아니옵니까?"
"그대는 참으로 놀라운 사람이로다. 여자선비(女士)가 아니더냐?"
"부끄럽사옵니다. 그냥 어림짐작으로 말씀드려본 것이옵니다."


"공자가 안회에게 가르친 인(仁)의 실천방안이 극기복례라고 할 수 있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자아를 의지로 극복하는 것이 극기이고, 그리하여 지극한 예법을 갖춘 군자의 완성적 인격에 도달하는 것이 복례라 할 수 있어. 저 복례(復禮)는 조선 땅의 근본을 이루는 마고(麻姑) 신에게 돌아가는 복본(復本)사상과도 통한다네. 즉, 이 겨레가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으나 언젠가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약속이지. 복도(復道)는 단양의 백성들이 굶주림과 고통으로 짐승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실을 목도하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기필코 그들의 삶의 길을 다시 찾아줘야겠다는 각오를 담았도다. 물길을 되찾는 것은 살길을 되찾는 것이며, 마침내 예의도덕을 갖춘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겠느냐."


두향은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매사에 이토록 진지하며 열정적인 분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녀는 가만히 사또를 바라보았다. 퇴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여기에 '복도별업(復道別業)' 네 글자를 새겨놓을까 하노라."
"복도별업은… 무슨 뜻이옵니까?" 


<계속>


▶이전회차
[千日野話]퇴계, 바위에 '탁오대'라 새기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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