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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J '無오너 홀로서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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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등 계열 등기이사 잇단 사퇴…비상경영체제에도 우려 커져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이광호 기자] 최근 재계 총수들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법적 또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속속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 지난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서 이어 4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또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지만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차질이 불가피해 기업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SK그룹 내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최 회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SK㈜와 SK이노베이션 외에도 2016년에 끝나는 SK C&C, 2015년에 마무리 되는 SK하이닉스의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SK E&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 이사직에서 사임키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회사발전 우선과 도의적인 측면에서 책임을 지고 모든 관계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면서 "최 회장이 이사직을 사임하더라도 회사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백의종군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형제가 모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SK그룹의 경영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최 회장의 1년이 넘는 수감 생활 동안 SK그룹의 실적은 저조했다.


지난달 초 계열사별로 발표된 잠정실적 집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013년 111조7372억원(SK주식회사 계열 17개사 기준)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쳐 6.5%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SK글로벌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외형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3조6228억원에 불과했으며 당기순이익은 57%나 급감한 1131억원에 그쳤다.


특히 SK네트웍스와 SK건설은 작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9.1%, 18.7% 줄었다.


최 회장의 공백은 SK그룹의 인수합병(M&A)과 해외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나서 터키의 대기업인 '도우쉬' 그룹과 사업협력을 하기로 하고 양측이 합해 1억 달러의 공동펀드를 설립했지만 추가 사업은 답보상태에 빠지게 됐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의 친분을 활용해 태국을 허브로 동남아 지역의 에너지 사업과 자원 개발 사업에 진출하는 건이나 SK텔레콤과 C&C 등이 IT 사업에 진출하려던 계획도 '올스톱'된 상태다.


또 지난해 말부터 SK그룹은 올해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적극적인 M&A(인수합병) 계획을 비롯해 SK하이닉스 반도체 설비투자와 같은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한 의사결정이 미뤄놓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실형이 결정되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해외 파트너사들로부터 사업 진행에 차질이 없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각 사업부문별로 파트너사에게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예전과 마찬가지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란 공식 레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여 CJ그룹의 경영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매년 두 자릿수 가까이 늘려오던 투자 계획도 보수적으로 잡는 등 긴축경영 기조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퇴가 예상되는 계열사는 CJ E&M과 CJ CGV, CJ오쇼핑 등 3곳으로, 주주총회는 21일께 열린다. 이 회장은 이들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일괄 사퇴하기보다는 재선임되지 않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아직 투자와 채용 계획을 최종 확정 짓지 못했지만 투자의 경우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차질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우리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경우 삼성그룹 분리 당시 식품회사에 불과하던 CJ제일제당을 홈쇼핑과 영화, 케이블방송, 물류 등으로 확장하며 그룹의 성장을 일궈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터라 이 회장의 부재가 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 부재 동안 SK그룹은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CJ그룹은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부회장)를 지주사인 CJ(주) 대표로 겸직 발령하고 전문경영인 체제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 회장의 자녀는 장녀 윤정 씨가 25살, 장남 인근 군은 19살밖에 되지 않아 이들의 경영승계를 논하기도 무리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23)씨도 지난해 하반기 지주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아직 본격적인 경영 참여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달 법원 판결에 따라 ㈜한화와 한화케미칼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나머지 5곳의 계열사 대표이사직에 대한 사임서도 제출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경우 건강이 회복된다면 언제든 경영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다. 또 장남인 김동관(31)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차남 김동원(29) 씨가 한화에 입사해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과 CJ그룹의 경우 오너 부재로 인해 신사업 추진과 M&A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한계가 있고 3세들의 나이도 어린 만큼 오너십의 위기를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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