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국립중앙박물관서 한-아세안 문화예술 포럼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이제 우리는 서구를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아시아 이웃나라들을 이해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아시아 출신 예술가들이 서양에 나가 있는 상황도 반성할 지점이다. 우리 스스로 아시아의 문화 자산에 주목해야 한다."(벤슨 푸아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대표)
"지금 예술은 그 본연의 임무인 '지역사회의 힐링(치유)'이라는 역할로 되돌려야 할 시점이다. 식민 과거를 청산하고 약소국 위치를 벗어나 우리 문명의 주인이 돼야 한다."(말리 제이콥 필리핀 국제 여성극작가협회 창립회장)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라오스, 홍콩 등 아시아 각국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모여 '아시아 정체성 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냈다. 26일 오후 2시부터 27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열리는 제3회 한-아세안 문화예술 포럼에서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가 간 문화 교류 현황과 발전방안을 나눴다. 이 행사는 2012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매년 개최됐으며, 첫 회는 광주에서 지난해부터는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예술경영지원센터 정재왈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서구의 시선이 동아시아 각국에 존재하는 동질적 요소에만 초점을 맞춰 대상화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우리 스스로도 이런 시각을 용인하며 다양성과 이질성을 외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 포럼이 서구의 편견에 대항하면서도 아시아 각국이 상생의 동반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아시아 국가들 간 축제, 공연 등 교류 현황과 이를 위한 외교적 협력들이 소개됐다. 싱가포르 예술센터인 에스플러네이드의 경우 매년 자국 및 말레이, 중국, 인도 등지의 유명 공연단과 예술가들의 300건이 넘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최근 열린 중국 예술 출제 '후아이'에는 대만의 서사극 배우들, 중국의 '위에 오페라'와 홍콩의 인디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벤슨 푸아 대표는 "이런 공연 프로그램은 각 민족의 이동인 '디아스포라(diaspora)'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말레이 문명에 속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문화교류와 외교적 협력 사례도 발표됐다. 각각 영국과 네덜란드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두 나라는 특히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문화 교류활동이 돋보였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말레이군도 콘서트' 등을 통해 양국 예술가들이 서로 간 유대를 다지는 자리가 됐다.
그러나 양국은 최근 동일하게 이어 온 전통 무용 '펜뎃'과 민요 '라사 사양'에 대해 지적재산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라지 누르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정책관은 "인도네시아와 공유하고 있는 여러 문화자원에 대해 오로지 말레이시아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며 "외교적인 대화가 더 풍부하게 진행돼 상호 협력과 이해를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맹(AAPAF), 아시아극장협회(ATA) 등에 예술가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올해 말레이시아 국립문화부와 함께 양국 무용예술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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