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위한 서글픈 여성 스펙쌓기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여성의 '능력'보다는 결혼 여부와 미모를 따지는 풍토는 여성들의 기형적인 취업 문화 형성에 일조했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 아래 취업을 위한 성형과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면접 서류에 붙이는 사진 역시 외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른바 '포샵질'을 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여대생들이 취업 시즌 직전 성형외과로 몰려가는 것은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입술과 턱에 보톡스 주사를 맞고 코와 쌍꺼풀에 필러를 넣어 얼굴을 입체적이고 갸름하게 만들고, 쌍꺼풀 수술을 통해 눈매를 또렷하게 꾸민다. 최근에는 미소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치아미백까지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런 수술을 모두 받을 경우 총 비용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다이어트 역시 성형에 버금가는 필수 항목이다. 이제는 채용공고에서 사라진 160㎝ 키에 50㎏ 이하 몸무게를 만들기 위해 여성들은 식욕억제제를 먹어가며 헬스클럽을 찾는다. 이를 이용해 다이어트 업체들은 취업절만 되면 "20㎏을 감량하고 취업했다"는 성공사례들을 내세워 '취업다이어트' 프로그램 홍보에 나선다. 한 대학교 총여학생회는 지난해 취업을 위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직접 신청자를 받기까지 했다.
각종 취업 커뮤니티에는 여성들을 위한 성형과 다이어트 제휴사들의 배너가 공공연히 걸려 있다. 네이버에 있는 회원수 2만명의 한 여성취업 카페에는 떡하니 '취업성형 질문 및 후기'와 '면접 전 다이어트' 란이 위치하고 있다. 일부 회원은 게시판에서 "아무리 여성 커뮤니티 카페라도 게시판에 떡하니 취업성형이 있다니 씁쓸하다"며 "취업하는데 왜 사람 외모까지 바꿔야 하느냐"며 한탄했다.
하지만 여성들의 취업에 용모가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다. 지난 2012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7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66.1%의 기업이 '외모가 채용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복수응답)은 '인상'으로 무려 84.2%가 이에 동의했다. 특히 여성(31.2%)보다 여성(68.8%)의 외모를 보는 사람이 2배 이상 많았다.
성형과 다이어트로도 모자라 조금 더 예뻐 보이기 위해 컴퓨터의 힘을 빌리는 여성들도 많다. '포샵질'로 불리는 이 작업은 자연스럽게 잡티를 없애주고 얼굴 윤곽을 다듬어 주는 것으로, 포샵질에 능숙한 사진관들은 입소문이 나 취업 희망자들이 몰리기도 한다. 사진 촬영 전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까지 패키지로 해 주고 웃돈을 받는 사진관들도 있다. 정작 면접관들이 이력서 사진을 보고도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5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8%가 면접장에 들어온 지원자와 이력서 사진의 얼굴을 일치시키지 못해 당황했다고 답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