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금융사 고객정보 유출사건의 여파로 개인정보식별 수단인 주민등록번호를 온라인에서 쓰이고 있는 아이핀(인터넷 개인 식별번호ㆍI-PIN)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에 대해 섣부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핀 역시 주민등록번호를 전제로 만들어지는데다 주민번호가 아이핀으로 모두 대체될 경우 결국 유사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주민번호의 불법 유통을 줄이기 위해 현재 온라인에서만 활용되는 아이핀을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역시 같은 취지의 발언을 국회 정무위원회 기관보고에서 말한 바 있다.
아이핀은 인터넷 상에서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경우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개인식별번호다. 정부는 2005년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신분 확인 수단으로 이를 처음 시행했다.
신용평가사 등 확인기관에서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신용카드 정보 등으로 신분을 확인하면 무작위로 발생한 13자리 고유번호인 아이핀이 만들어진다. 개설 후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해 사용하면 된다. 주민번호와 달리 아이핀은 유출돼도 13자리 번호를 폐기하고 다른 번호로 쉽게 재발급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민번호를 전제로 한 아이핀 역시 신용평가회사가 해킹을 당하면 아이핀 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번 카드사의 고객정보를 빼간 직원이 소속된 곳 역시 아이핀을 발급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였다. 또 온라인에서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알면 사용 가능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무작위로 발생된 13자리 숫자를 일일이 외워야 하는 불편이 있다.
오용석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안전정책팀장은 "아이핀 역시 한 번 만들어놓으면 모든 웹사이트에서 연동돼 활용할 수 있어 유출에 취약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분야별 혹은 기관별 식별번호를 도입하는 등 주민번호와 연계되지 않고 유출 대책 마련이 쉬운 인증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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