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위관료 발언 인용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우려 수용했다고 밝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한국 정부가 미국과 민감한 대화를 진행 하는데 있어서 화웨이(華爲)가 한국에 들여오는 통신 장비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널은 미국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이용해 양국간 주요 대화가 도·감청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국측이 수용했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주요 대화나 주한미군의 통신 등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우리나라 무선 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한데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시해왔다. 화웨이가 미국과 한국의 통신 내용을 감시하는데 사용될 수 있고 미군 주요 인사들의 대화를 도청하는 데 이용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저널은 이날 한국 정부의 결정은 화웨이 사용을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물밑 로비가 호주 등 다른 우방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미국 주요 관료들과 주한미군 기지에서 통신 보안이 확보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어디까지나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미 국무부 제니퍼 사키 대변인은 "그동안 미국 정부가 우려를 표시하긴 했지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한국의 결정은 정부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방부, 국정원을 포함한 한국 정부는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의 윌리엄 플러머 대외문제 담당 부사사장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우리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은 이미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가 중국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를 도입해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망을 구축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려를 표시하면선 논란이 확산됐다. LG유플러스는 통신 보안에 대한 우려로 주가 하락 등 악재가 발생하자 국제 공인기관에서 화웨이 장비의 보안 안전성을 검증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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