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성장동력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서 日완성차 판매증가율 두드러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기아자동차의 주무대인 브릭스(BRICs)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메이커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엔저효과로 '지갑'이 두둑해진 일본 메이커가 공격적으로 시장확대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완성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직접 경쟁상대로 꼽히는 만큼 시장수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브릭스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일본 메이커에 비해 뒤늦게 진출했음에도 다양한 현지맞춤형 모델과 과감한 마케팅을 앞세워 일본 메이커를 제치고 점유율 상위권에 있는 곳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와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브릭스 지역 판매량만 비교하면 현대기아차가 117만대 정도 많다. 일본 메이커가 각종 자연재해로 주춤했던 2010년 이후 현지생산을 확대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던 덕분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된 일본 정부 차원의 엔저드라이브로 전 세계 생산·판매망을 갖춘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고 이를 토대로 올해 들어 더욱 고삐를 죄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만224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도 채 빠지지 않아 시장 전체 감소폭(-5.8%)에 비하면 선방한 편이다. 반면 일본 브랜드는 판매량을 대폭 늘렸다.
닛산은 같은 기간 1만11051대를 팔아 전년 대비 24% 늘었으며 도요타(21%)·미쓰비시(25%)·마쯔다(38%)·혼다(60%) 등 주요 일본 브랜드 대부분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단일 브랜드별 판매량을 따졌을 때 닛산은 현대차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현지 시장상황이 나빠져 신차판매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인도에서도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3만3405대로 전년 대비 2.6% 정도 빠졌다. 1위업체인 스즈키마루티나 3위 마힌드라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혼다·닛산 등 일본 브랜드가 신차효과로 판매량을 대폭 늘린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혼다는 지난달 새로 내놓은 소형차 씨티 신형모델 등이 많이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업체별 판매순위에서도 7위에서 4위까지 상승하며 현대차를 바짝 뒤쫓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중국에서도 일본 업체의 상승폭은 두드러진다. 도요타는 지난달 중국에서 8만5600대를 팔아 전년 대비 18% 정도 늘었으며 혼다는 같은 기간 33.6% 늘어난 6만3128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도 지난달 중국에서 17만5224대를 판매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올렸지만 상승폭(7.4%)은 도요타·혼다에 뒤졌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반일감정 여파로 크게 줄었던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의 판매량이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브라질의 경우 현대기아차가 현지공장 생산물량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정도 늘어난 1만8252대(상용차·현지 수입분 포함)를 팔아 일본차의 성장률을 앞섰다. 도요타·혼다는 같은 기간 각각 8.7%, 35.1% 판매가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요타가 브라질에서 현금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판매확대에 나선 데다 다양한 신차를 내놓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판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진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는 중국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브릭스 시장의 성장동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쟁력을 완전히 회복한 일본 업체가 현지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신흥시장에서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을 높여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 봤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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