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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力國力]비주류女 콤플렉스, 출근보다 '술勤'이 더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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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과제조명-⑤회식문화]"별일 없으면 저녁 먹자"는 부서장 말이 제일 난감


갑자기 잡힌 술자리도 뒷말 나올까 울며 겨자먹기식 참석
폭탄주 강요, 성희롱 건배사 등 잘못된 음주문화 개선 시급


[女力國力]비주류女 콤플렉스, 출근보다 '술勤'이 더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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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1.한 중견 제조업체에 다니는 이수영(가명)씨는 2년차에 똑 부러지게 일 잘하는 직원으로 손꼽힌다.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물론 회사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하지만 그도 1개월에 한 번꼴로 열리는 회식은 달갑지 않다. 신입사원 환영 회식 때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 초 회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환영회식에서 낯 뜨거운 경험을 했다. 폭탄주가 몇 잔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건배사가 돌기 시작했다. 한 임원이 신입사원들의 입사를 환영한다며 술김에 외친 말이 '영계가 좋다'였다. 이씨를 더욱 당황하게 한 건 '영계'라는 두 음절에 당황한 표정을 지은 자신과 달리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위하여'를 외치는 남자 선후배들. 건배사 이후 아슬아슬한 음담패설도 나왔다. 그는 "술을 마시다 보면 간혹 러브샷이나 술을 따라보라는 식의 모호한 성희롱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거절하면 유별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참는다"고 토로했다.


#2.이직을 준비 중인 박현주(가명)씨도 지난해 말 제주도서 진행한 해외 마케팅 전략 세미나만 생각하면 끔찍하다. 당시 여직원 대표로 꼽힌 박씨는 해외 법인장, 해외 영업 책임자 등 9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마케팅 세미나를 진행했다. 문제는 세미나 후 진행한 뒤풀이 행사였다. 제주도의 한 성(性)박물관 관광 프로그램이 뒤풀이로 잡혔다는 얘기에 애초 박씨는 불참의사를 밝혔지만 통하지 않았다. 단체가 함께해야 하는 행사에 '혼자 튀지 말아라'라는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박물관에 도착해 주차장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더니 '미혼 여성일수록 알아야 한다'며 한 상무가 끌고 갔다"며 "당황스러운 조각품이 너무 많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여성 직장인 중 상당수가 회식 자리에서 이 같은 일을 한두 번씩 경험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회식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극복해야 할 유리천장과도 같다. 최근 들어 회식 문화가 영화 관람이나 레포츠 행사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여성 직장인들은 기본적으로 회식 자체가 업무의 연장으로 인식되다 보니 업무 외 개인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여전히 '부어라 마셔라'가 대세인 술 중심의 회식문화 자체도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일부 여직원들은 주량에 상관없이 일사불란하게 마시는 회식자리는 상사의 지시에 참고 수긍하는 '군대문화'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한다.


◆'회식' 달갑진 않지만 필요한 존재= 문제는 반갑지 않은 회식일지라도 번번이 마다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선약이나 육아 등의 집안일을 들어 거절했다가는 소위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증권사의 여성 애널리스트는 "갑작스럽게 회식이 잡혀도 분위기를 망칠까봐 불참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회식 자리에서 오가는 정보에서 배제될 수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 제약회사 여직원도 "예고된 회식이라면 당연히 참석하지만 부서장이 '별일 없으면 저녁 먹자'고 할 경우 제일 난감하다"며 "그렇다고 참석하지 않을 경우 '여자들은 개인적이다' '조직에 잘 적응 못한다'는 뒷담화가 나올 수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참석한다"며 답답해했다.


회식이 조직원 간 소통을 돕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도 회식을 마냥 거부할 수 없는 이유다. 2012년 국내 10개 대기업 임직원 27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기업 여성관리자 양성을 위한 조직문화와 리더십 연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식의 필요성에 대해 남성은 69.1%가, 여성은 48.6%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남녀 간 차이가 있지만 여성 직장인 절반 가까이도 회식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어떤 종류의 회식이든 부서원끼리 가까워지게 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술자리가 싫다고 빠지지 말고 참석은 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잦은 회식은 여성은 물론 남성 직장인들도 꺼리는 게 사실이다. 예고 없는 회식을 강요받거나 지나친 음주가 동반되면 자기계발이나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특히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식문화는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자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의 사고 가능성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논란도 시작점은 술을 마시는 뒤풀이 회식이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유명인사들의 건배사 사고도 비슷한 경우다.


◆술잔 돌리지 않는 건전한 회식 문화 정착돼야=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119(한 가지 술로 1차에서 오후 9시 전에 끝내자)' '112(한 종류의 술로 1차만 2시간 이내로 하자)' 등의 절주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회식의 이 같은 폐해를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윤리경영임원협의회 회원기업 78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0%는 건전한 회식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사내 캠페인을 실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선주 IBK기업은행 행장은 "조직 생활에서 회식이 주는 긍정적인 요인이 분명 존재하는 만큼 회식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며 "대신 술잔 돌리는 문화나 원샷 문화를 없애는 식의 건전한 회식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식에 대한 여성들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홍의숙 인코칭 대표는 "업무 외 개인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해 회식이 있는 날은 업무를 30분 앞당겨 끝내고 2시간 이내에 회식을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업무시간을 배려하는 만큼 여성들도 무조건 꺼리기보다는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하며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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