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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는 이사장 개인 재산?…전교조 "헌법 소원 제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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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립학교 운영권 매매 관련 재판에서 '합법적' 판결...전교조 등 교육계 "엄청난 혼란 초래, 헌법 소원 검토" 반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사립학교는 말만 '사립'이지 수많은 혈세가 투입된 사실상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사립학교를 마치 자기 재산인양 돈 받고 팔아 넘긴 이들에게 대법원이 면죄부를 줬다. 앞으로는 길거리 정보지나 부동산 가게에 '사립학교 팝니다'라는 광고가 나붙고, 교사들은 고용 불안에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에 시달릴 게 뻔하다."


대법원이 최근 사립학교 설립자가 돈을 받고 학교 법인 운영권을 넘겨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교육계에서는 사립학교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결국은 교육 현장의 불안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선 대법 판결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률에 사립학교 법인 매매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등 '입법 미비'로 빚어진 일인 만큼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처벌ㆍ규제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강원도 영월의 석정학원 경영권을 16억5000만원에 거래한 혐의(배임수재 등)로 기소돼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석정학원 박모 이사장(62)과 전 이사장 양모씨(81ㆍ여) 등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은 한마디로 사립학교 법인의 운영권을 설립자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없이 밀실에서 돈을 받고 판 행위에 대해 관련 법상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한 적법하다는 취지였다.


이는 1.2심의 판단과 정반대다. 1,2심 재판부는 "학교법인 설립자가 대가를 받고 운영권을 양도하는 행위를 허용한다면, 설립 목적을 도외시한 채 출연한 재산 회수에만 혈안이 돼 학교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재학 중인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사립학교 법인 운영권 매매가 이번 판결로 합법성이 인정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우선 교육계에서는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판결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 설립 당시는 물론 설립자의 재산 기부 등에 의해 학교가 만들어졌지만, 이후 수십년 이상이 지나면서 연간 학교 운영비의 98%가량을 국가의 지원을 받는 등 사실상 소유권ㆍ재산권을 따지기 어려운 공공기관화 된 상태에서 학교 법인 운영권을 개인의 사적 재산으로 인정해 매매를 허용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70년대 당시 학교 법인의 운영권 양도 계약은 합법적이라는 판결을 인용한 것과 관련해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에 의거한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득형 전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은 "사립학교들의 수입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세금과 학부모로 부터 받은 교육비가 98%이며 법인 전입금은 평균 2%에 불과해 국공립학교와 설립주체만 다를 뿐 사실상의 공공교육기관"이라며 "90년대 이래로 새로 제정된 모든 공공기관 관련 법에 사립학교가 포함돼 있고, 교원의 지위와 권한도 국공립학교와 동일하며, 학교사유화 제한을 위한 이사장 친인척의 교장 취함 제한 규정이 신설되고 학교운영위원회 제도가 도입됐으며, 개방형이사제 및 감사제가 실시되는 등 사회적으로도 이미 사립학교는 공공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계에선 이번 판결로 사립학교 법인 운영권 매매가 활성화될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ㆍ교사들의 고용 불안 등 교육 현장이 커다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학교 법인 운영권자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밀실에서 학교 운영권을 매매할 경우 학원 내 갈등이 불거지고 이에 따른 교사들의 고용 불안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선 학교 법인 운영권자가 학교를 매매했다가 교사ㆍ학생ㆍ동문 등의 반발로 커다란 갈등을 겪은 경우가 여럿 있다. 2000년 경북 청도 이서중고교가 재단 교체 과정에서 전교조의 반발 및 재단 측의 징계 등 갈등이 빚어지면서 수업이 중단되는 등 홍역을 겪었다. 교사들은 운영권을 인수한 새 재단이 불법 매매를 했다며 반발한 반면 재단 측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해임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고, 이 와중에 학생들은 상당 기간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108년 전통의 명문 사학인 서울 진명학원의 학내 갈등도 학교 법인 매매 와중에 발생했다.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박찬호)는 학교 재단을 매매하고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증재)로 진명학원ㆍ서림학원 이사장 류모씨와 재단 비자금 조성 과정에 개입한 건설업자 박모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해 재판 중이다. 또 범행에 가담한 류씨의 친형과 학교법인 인수 과정을 도와주는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전 서울시 교육위원 김모씨 등 2명 등도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전임 이사장인 변모 씨는 거액을 받고 재단을 류씨에게 넘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구속 수감돼 있다.


이에 따라 전교조 등 교육계에선 이번 판결에 반발해 헌법 소원을 검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김종선 전교조 사립학교위원장은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고 학교를 팔고 살 수 있게 될 경우 교사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학내 민주화 투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학교가 파행운영됨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게 뻔하다"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사유 재산 처럼 매매 대상이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사립학교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헌법 소원을 포함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해 이번 판결의 잘못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에 운영권 매매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등 법적인 문제점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판단하에 국회에서 운영권 매매 처벌ㆍ규제 조항을 신설하는 쪽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시내 학교에 재직중인 교사 김모씨는 "대법원이 불법적인 사립학교 매매를 양성화하라고 이번 판결을 내렸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며 "운영권 매매가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처벌ㆍ규제 조항을 신설하는 등 국회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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