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신흥국의 통화가치 급락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지만 싱가포르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싱가포르가 신흥국 자금을 흡수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피난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한달 동안 싱가포르 달러는 미 달러 대비 1.26~1.27달러 수준을 유지하면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변국 통화가 출렁이면서 말레이시아 링깃 대비 싱가포르 달러 가치는 1998년 이후 26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필리핀 페소와 태국 바트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에 대한 싱가포르 달러 가치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주변국을 떠난 해외 투자금이 싱가포르를 찾으면서 싱가포르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2.39%까지 내려갔다.
싱가포르가 신흥국을 덮친 금융혼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는 것은 싱가포르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꾸준한 신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트리플 A' 등급과 '안정적' 등급 전망을 모두 부여받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다.
피치는 최근 싱가포르의 국가 신용등급을 '트리플 A'로 유지하면서 "싱가포르는 이례적일 정도로 대차대조표가 건전하다"면서 "2009~2013년 평균 성장률 역시 4.6%로 같은 등급을 받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평균 0.9%를 크게 웃돈다"라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3.7%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예상에 부합했다.
홍콩 은행 HSBC의 주 왕 외환 전략가는 "아시아에서 최근 몇년간 싱가포르는 투자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면서 "신흥국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싱가포르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싱가포르 달러의 강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말레이시아 은행 CIMB의 송셍운 리서치 대표는 "지금까지 싱가포르는 신흥국 금융위기의 수혜를 입은 몇 안되는 국가였다"면서 "그러나 동남아시아 금융불안이 길어지면 싱가포르에도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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