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유조선 선사와 책임소재 공방 치열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를 놓고 유조선 선사와 GS칼텍스 간 책임 소재 공방이 치열하다.
1차적 책임은 유조선 접안을 지휘한 도선사에 있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중간 조사 결과다. 하지만 GS칼텍스의 사고 규모 축소와 신고 지연 여부 등 초동 조치 미흡 논란이 커지면서 GS칼텍스의 책임 여부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피해 보상을 둘러싼 사고 책임 소재 문제는 유조선 선사와 GS칼텍스 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07년 사건 발생 이후 현재까지 지난한 보상 다툼이 계속 되고 있는 태안 기름 유출 건처럼 이번 사고가 '제2의 태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일 여수기름유출사고 현황 브리핑을 통해 도선사를 고용한 선주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는 관련 원유사인 GS칼텍스가 1차 보상을 하고 선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수부의 안대로 GS칼텍스 측이 1차 피해 보상에 나서고 피해액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지는 미지수다. 사고의 피해자이기도 한 GS칼텍스가 섣불리 보상에 나섰다가 이후 감정평가액 산정 수준과 구상권 청구 결과에 따라 유조선의 선주에게 보상 지급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GS칼텍스가 송유관이 터진 것을 인지한 후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했느냐다. 이는 GS칼텍스의 책임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상황은 GS칼텍스 측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파손된 밸브를 뒤늦게 잠그고 '늑장 신고'로 화를 더 키운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원유사인 GS칼텍스 측의 과실론도 불거지고 있다.
해경 조사에 따르면 실제 사고 발생은 지난달 31일 오전 9시35분이었지만 신고는 38분이 지난 오전 10시13분에 접수됐다. 또 GS칼텍스 측이 당초 기름 유출량을 800ℓ로 추정했지만 해경 조사 결과 200배 이상인 16만4000ℓ로 드러났다. 송유관 밸브를 잠그고 속을 비우는 작업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GS칼텍스 측은 "방제와 송유관 밸브 차단, 피해 파악 등에 집중하느라 신고가 다소 늦어졌을 뿐"이라면서 "이번 사고의 원인은 정상적인 항로를 이탈해 당사의 구조물을 들이받은 선박회사의 과오이며 자사는 시설물이 파손된 피해 당사자"라고 항변했다.
보상과 관련 책임 소재를 놓고 양측 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면서 이번 여수 기름유출 사고가 제2의 '태안 사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 측은 보상금과 별도로 지역발전기금으로 사고발생 6년 만인 지난해 말 36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출연금의 분배 문제와 주민 피해 청구액 4조2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 사정액 등으로 인해 현재 12만건 이상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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