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지금 세계 에너지 시장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에서는 셰일오일, 오일샌즈,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비전통 화석연료 생산이 급증하면서 유가하락을 촉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화석연료인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전기차로 속속 대체되고 있는 형국이다. 에너지 혁명의 시대에 선두는 미국과 중국,일본 등 전통 강국이 자리를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시리즈로 알아 본다.<편집자주>
미국이 비전통 원유 중의 하나인 셰일오일과 가스의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세계 원유와 석유제품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의 셰일오일 붐은 유럽의 정유사들을 도산시키고 서 아프리카 원유공급을 감소시키면서 유가 하락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노스다코타, 텍사스, 몬테나, 뉴멕시코에 이어 록키산맥 지대인 콜로라도 등의 주에서도 셰일 오일생산이 늘면서 2011년 이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무려 39%나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말 마지막 한 주 동안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812만 배럴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IA는 미국의 산유량이 2016년께 950만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유국 단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오일 생산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OPEC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간한 ‘세계 석유전망’ 보고서에서 미국과 캐나다 셰일오일 생산이 5년 내 하루 490만 배럴에 도달해 2018년께 OPEC 회원국 원유 수요가 1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3년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하루 330만 배럴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예상보다 5년 이른 2015년께 세계 최대 산유국에 등극하는 게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셰일오일 매장량은 중국이 가장 많지만 생산기술은 미국이 단연 압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중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원유 소비 대인 미국이 자체 원유 생산을 많이 하니 자연 수입이 줄 수밖에 없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매월 20만~30만t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 12척 분량의 원유를 미국에 수출하던 나이지리아는 현재 겨우 3척만 보내고 있을 뿐이다.
또 미국 석유업체들은 원유를 정유소에 보내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이는 실로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정유사들이 국산 원유로 정유해 각종 석유제품을 값싸게 국제 시장에 쏟아내면서 지난 5년 동안 유럽의 정유사 15개사 문을 닫았다. 앞으로 유럽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문을 닫는 정유사가 속출할 전망이다.
미국 업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해외에다 원유를 직접 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수출허가 신청을 내고 있다. 미국은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1975년부터 원유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민간 조사회사인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는 에너지 안보는 요원한 만큼 국내에서 생산한 전략 상품인 원유를 보유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고 정유업계는 미국 내 원유 생산은 에너지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일자리를 유지한다며 역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업체를 대변하는 미국석유협회(API)와 원유를 생산하는 알래스카주의 공화당 소속 리사 머코스키 의원은 오일쇼크 이후 1975년부터 유지해온 석유수출금지조치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더욱이 머코스키 의원은 원유수출 재개 시 국제유가를 떨어뜨리지 국내 휘발유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부가 금수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관련 법안을 만들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해 말 뉴욕에서 열린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외국 수출제한은 시대에 뒤진 것일 수도 있다”면서” 1970년대와 전혀 다른 에너지 세계라는 맥락에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한 에너지 분야 이슈가 많다”고 말해 해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OPEC은 태연한 것처럼 보인다. 압달라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2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채텀하우스 컨퍼런스에서 “OPEC은 미국 셰일 오일 생산으로부터 위협받지 않으며 이란과 리비아,이라크의 증산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걸까?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