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정부·中둥펑, 푸조 가문과 동일한 지분율 확보할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896년 설립 후 120년 가까이 지속된 푸조 시트로엥의 푸조 가문 시대가 사실상 종언을 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최종안이 확정될 푸조의 증자 계획에 프랑스 정부와 중국 둥펑 자동차가 참여, 푸조 가문과 동일한 수준의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푸조의 최대 주주가 푸조 가문, 프랑스 정부, 중국 둥펑 자동차의 삼두 체제로 변경되는 셈이다.
◆30억유로 증자…佛정부·中둥펑 참여=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푸조는 이날 프랑스 정부와 둥펑 자동차가 푸조 지분을 확보하고 푸조 가문의 지분율을 낮추는데 이사회가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푸조는 증자를 통해 약 3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프랑스 정부와 둥펑 자동차가 똑같이 최소 14%의 푸조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조 가문의 현재 푸조 지분율은 25.5%이며 의결권 비율은 38%다.
증자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프랑스 정부와 둥펑 자동차가 최소 7억5000만유로 이상을 투입해 각각 약 14%의 지분을 확보한다. 이어 14억유로 규모의 유상증자가 추가로 실시되는데 이 과정에서 푸조 가문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약 1억유로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에는 프랑스 정부와 둥펑 자동차도 참여해 똑같은 지분율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와 둥펑 자동차는 주당 7.5~8유로의 할인된 가격에서 푸조 지분을 획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푸조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1.1% 폭락한 10.20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푸조 주가는 지난 1년간 60% 이상 상승했다.
푸조의 증자 계획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푸조측은 연간 실적을 공개하는 내달 19일 이전까지 추가 협상을 통해 논의를 마무리짓고 최종 증자안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견 나뉜 푸조 가문= 푸조 가문은 이번 증자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라졌다. 푸조의 티에리 푸조 회장은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아닌 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티에리 푸조 회장의 사촌 로베르트 푸조는 정부가 참여하는 증자안에 동의하며 이견을 보였다.
프랑스 정부는 푸조를 프랑스 회사로 남겨놓기 위해 티에리 푸조 회장의 계획에 반대하며 둥펑 자동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증자 계획에 참여를 결정했다. 프랑스 정부와 둥펑 자동차는 동일한 조건으로 증자에 참여해 동일한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며 푸조가 프랑스 주요 자동차 업체로 남을 수 있도록 영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원칙적으로 프랑스 정부, 둥펑, 푸조 가문이 동일한 지분율을 갖도록 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푸조는 지난해 15억유로의 현금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내달 19일 실적 발표에서 공식 확인될 예정이다.
◆푸조 지난해 판매 4.9% 감소= 푸조는 이날 지난해 판매대수가 282만대에 그쳐 전년대비 4.9% 줄었다고 밝혔다. 안방인 유럽 판매가 7.3% 감소한 줄면서 전체 판매 대수가 줄었다. 하지만 남미와 중국 판매대수는 26% 급증해 55만70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에 푸조는 2015년까지 유럽 외 지역 판매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43%로 집계됐다.
둥펑과의 협력 강화가 푸조에 중요한 이유다. 푸조는 2015년까지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9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둥펑은 푸조 지분 확보를 통해 글로벌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둥펑은 이미 혼다, 기아, 닛산과 합작 벤처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주 르노와도 합작벤처 계약을 맺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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