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운용사도 성과 나쁘면 과감히 교체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1조원대의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투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월가의 대형투자은행 및 자산운용사를 방문해 향후 투자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안홍철 KIC 사장은 이날 특파원들과 만나 “손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인 만큼 이달 중 매각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한국투자공사는 금융위기 발생직전인 2008년 20억달러(약 2조1180억원)를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아직도 50%대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메릴린치는 BoA에 인수됐다.
안 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취임 직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팀을 두고 대책을 검토해왔다”면서 “지분 매각 결정이 나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저가에 매입해 장기 보유하며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체 투자 자산을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돈으로 이뤄진 국부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손실을 내고 있는 위탁기관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면서 “특히 국내 자산운용사는 아직까지는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당분간은 자금을 맡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KIC는 운용자산 대부분을 외부 자산운용사에 맡긴다.
안 사장은 “그동안 자금을 맡긴 국내 자산운용사 중 삼성자산운용은 줄곧 손해를 보다가 지난 4분기에 겨우 적자에서 벗어나서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손해를 계속 보고 있어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일부에선 국내자산운용사 역량 강화를 위해 돈을 맡기라고 하지만 실력이 안 되는데 국민의 돈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국계 위탁 자산운용사도 수익률이 부진하면 과감하게 거래를 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운용사 계약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안 사장은 이어 “그동안 KIC의 자체 분석 역량이 부족해 외부 운용사의 말만 믿었다가 투자에 실패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제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KIC 내부 리서치 센터와 인력을 적극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사장은 “현재 KIC 자산운용 규모는 660억달러 수준인데, 올해 말까지는 1000억달러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미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통과되면 자산이 늘어날 것이고, 앞으로 한국은행 총재가 교체된 뒤 추가로 200억달러 정도 위탁자산을 늘려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동안 KIC가 마련한 전략에 따르면 현재 8%인 대체투자 비중을 중기적으로 20%까지 높인다고 돼 있는데, 이를 30%까지 더 확대할 생각”이라면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부동산 투자 등을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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