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내 연구팀이 담배를 피우면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삼성서울병원은 박근칠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이 미국 브로드 연구소와 함께 국내 편평상피세포 폐암 환자 104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96%에게서 주요 유전자 변형이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2만여개에 달하는 유전자 가운데 평균 400여개가 손상을 입거나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종양 억제 유전자인 'TP53'의 경우 전체 환자의 80%에서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특히 교수팀은 편평상피세포 폐암 환자에게 'FGFR3'과 'TACC3' 유전자가 융합돼 있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 두 유전자는 평소 독립적으로 존재하나, 흡연기간이 오래되면 유전자가 과도하게 활성화, 유전자 재배열·융합을 일으켜 폐에서 세포증식과 분열을 반복하도록 작용한다. 유전자 변형과 결합 등이 시작돼 암이 자라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평상피세포 폐암은 전체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중 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하다. 흡연자에게서 흔히 발병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 104명 가운데 99명은 20년 안팎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피웠던 경험이 있었다. 담배를 한 번도 피운 적 없는 환자는 5명으로 4.8%에 불과했다.
박근칠 교수는 "이번에 표적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난치성 폐암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돼 의미가 깊다"면서 "흡연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폐암을 일으키는데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새해에는 반드시 금연을 통해 폐암을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임상종양학 분야 권위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실렸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