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목마를 연상케 하는 대형 청마(靑馬) 조형물, 액운을 막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행운의 상징인 편자 모양의 금괴. 갑오년 청마의 해를 맞아 요즘 여기저기에서 말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시, 마케팅, 이벤트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국내의 한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2014년 한국 사회를 관통할 주요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다크호스(DARK HORSES)를 꼽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뜻밖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유력한 경쟁자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DARK HORSES를 이루는 각각의 철자는 10개의 소비트렌드를 표현하는 첫 글자로서 그 중 H는 '하이브리드 패치워크(Hybrid Patchwork)'를 뜻한다고 한다. 패치워크는 각양각색의 헝겊 조각을 이어붙인 공예품을 가리키는데, 이는 곧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융합을 통한 혁신과 가치창출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됨에 따라 그 역할과 가치가 함께 상승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이종 분야가 결합할 때 틈새를 매끄럽게 이어주고, 하이테크 기술에 인간중심적 가치를 더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이 콘셉트(high concept)를 완성시키는 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경제적 가치도 매우 높다. 디자인은 기술 연구개발(R&D)보다 약 2배의 부가가치와 3배의 매출효과를 창출하는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자인 투자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기술 투자 대비 2배, 매출효과는 3배에 이르는 등 비교적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높은 경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어떤 기술개발보다 효과적인 경영혁신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기업의 약 14%만이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다. 다행히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몇몇 대기업들은 전략적으로 디자인경영을 도입하고 디자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해외 디자인상 수상과 세계시장 점유율 향상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은 디자인 투자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상태로, 디자인을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비용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자인이야말로 기술과 자원이 평준화된 글로벌경쟁 속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전략이다. 그러나 '디자인'이라고 하면 으레 외관을 꾸미는 스타일링이나 패션으로 인식되는 통념 때문인지, 대다수 중소기업에 디자인경영은 아직도 여유 있는 대기업들의 몫이거나, 하고 싶어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진흥원은 중소ㆍ중견기업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디자인컨설팅은 물론 아이디어를 보유한 디자인기업과 생산기업을 연계하고 마케팅, 유통, 판로 등 전주기적 비즈니스 과정에 걸쳐 토털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에는 디자인인력을, 디자이너에게는 일자리를 찾아주는 맞춤형 '디자인인력지원사업'도 참여기업들의 호응이 좋아 참여기업과 디자이너를 확대ㆍ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지원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디자인경영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한국이 지난 10여년의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대도약(quantum jump)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글로벌경쟁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우리 중소ㆍ중견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고 성장을 이뤄왔다면, 이제는 디자인에 과감히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 창조경제시대에 중소기업의 글로벌경쟁력,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혁신을 이끄는 다크호스는 바로 디자인이다.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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