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를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펴낸 '2013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실려있다. 2005년의 1차부터 2012년의 8차까지 연속하여 한국복지패널 조사에 응답한 5015가구의 소득계층 이동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직전 연도까지 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계층에 속하던 가구 가운데 해당연도에 그 이상 소득계층으로 상향이동한 빈곤탈출 가구의 비중이 2006~2012년 연도별로 각각 31.7%, 26.2%, 29.8%, 28.4%, 24.2%, 28.6%, 23.5%였다. 오르내림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낮아져온 추세가 역력하다. 2006년에는 저소득 3가구 중에서 1가구가 빈곤에서 탈출했으나 6년이 2012년에는 그 비율이 4가구 중 1가구 꼴로 떨어진 것이다. 가난의 늪에 계속 빠져있는 저소득층 가구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또 한국복지패널 조사가 개시된 2005년 이후 소득계층 상향이동보다 하향이동이 더 많았음을 알게 해준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있었겠지만, 같은 해에 집권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소득분배를 개선하기는커녕 그 악화를 막지 못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비정규직 확대와 청년실업 증가 외에 부자감세, 고환율 정책 등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조사대상 기간이 2012년까지이므로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과는 무관하다. 박근혜정부는 이런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까. 박근혜정부는 고용률 70%와 중산층 70% 달성을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한 데서 보듯이 이명박 정부보다는 소득분배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최근의 기업투자와 경제성장 촉진 드라이브도 고용 증대와 성장률 제고를 통해 소득분배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반면에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 정책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것은 소득분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소득분배 개선은 사회안정에 도움이 되고, 내수를 늘려 수출ㆍ내수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효과도 낳아준다. 모쪼록 박근혜정부의 임기 중에 가난탈출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로의 방향전환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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