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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퇴계와 두향 함께 시를 짓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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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 - 퇴계의 사랑, 두향(8)

[千日野話]퇴계와 두향 함께 시를 짓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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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 모친의 말씀에 어떻게 답하셨습니까."
"형이 비록 울지 않으나, 저렇게 피가 흐르는데 어찌 아프지 않겠습니까? 그 아픈 것이 내게 전해오니 나로서는 절로 눈물이 납니다."
"아."
"그러자 어머니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셨지. 오늘 너의 사연을 듣고보니 다시 여덟 살처럼 울음이 날 듯 하구나. 나도 두 살에 아비를 잃고 홀몸이 된 어머니 슬하에서 여러 형제와 함께 자라났느니라. 서른일곱 살에 그 어머니를 다시 잃어 하늘벼랑의 고아가 되었지. 삼년상을 치르면서 슬픔이 지나쳐 몸이 꼬챙이처럼 말랐었지. 네 이야기가 어찌 무심하게 들리겠느냐?"

퇴계는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네가 겪은 신산(辛酸)을 들으니, 나의 신산은 문득 무색하게 느껴지는구나."
"꼿꼿하게 자라나신 그 마음을 이제 더욱 알 것 같사옵니다."
"모친은 어린 우리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지. '세상에서는 보통, 과부의 자식은 옳은 가르침을 받기 어렵다고 욕을 한다. 너희들이 남보다 백 배 더 공부에 힘쓰지 않는다면, 어찌 이런 비난을 면할 수 있겠느냐.'"
"아아. 참으로 귀한 모육(母育)이 계셨다 하겠습니다. 나으리의 말씀을 들으니, 제가 몇 해 전 화원 끝의 수양매(垂楊梅) 한 그루에 반해 읊었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거꾸로 늘어뜨린 매화를 보고 느낌이 있었지요."
"들려줄 수 있겠느냐."


퇴계는 잡았던 두향의 손을 가만히 놓고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재능이 미천하여 시(詩)가 되지는 못하였사온대… 그 매화를 도수매(倒垂梅)라 이름하였습니다. 묘두일일견심래(昴頭一一見心來), 일곱 글자만 얻었습니다. 고개를 쳐든 머리 하나하나마다 마음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는구나. 제 일생의 처지가 그 매화처럼 도수(倒垂)하여 피었으니, 고개를 쳐든 그 형상이 참으로 닮았다 여겼사옵니다."
퇴계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보기 드문 절창이 아니냐. 도수매… 고개를 치켜든 머리 하나하나마다 마음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는구나."
퇴계는 묘두일일견심래를 되뇌어 읊으며 이렇게 중얼거리듯 말한다
"오늘밤 우리가 저 시의 몸을 건져보자."
"아, 예 나으리."
"래(來) 자를 차운해야 하니, 개(開)를 쓰고 시(猜)를 쓰면 좋겠구나."
"그렇군요. 가슴이 뛰네요."
"나도 그렇구나. 이렇게 시작할까." 퇴계는 운을 뗐다.


"꽃 한송이가 고개 돌리고 있어도 그 미워함을 견디기 어려운데…
일화재배상감시(一花背尙堪猜)"
"아아."
"어찌하여 모두 거꾸로 매달리고 매달려 피었는가. 호내수수진도개(胡奈垂垂盡倒開)."
"아, 그렇게 시(猜)와 개(開)를 쓰셨군요."
"허허, 그래. 이번 구절이 반전인데… 음. 이러면 어떠냐? 이리하여 내가 몸을 낮춰 꽃밑에서 올려다보니… 뇌시아종화하간(賴是我從花下看)."
"과연, 과연 어질어질합니다. 꽃이 바닥을 향해 있으니 사람이 그 아래로 내려가 올려다 보는군요. 정말 생각의 대전환이옵니다."


퇴계가 말했다.
"그래. 우리는 그간 이 꽃을 내려다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 도수매 때문에 그 감사함을 표현하게 되었으니 고마운 일이 아니더냐."
"그러하옵니다, 나으리. 시를 다시 돌아보니, 기(起)와 승(承)은 거꾸로 선 꽃의 이야기이고, 전(轉)은 그 꽃을 보려고 거꾸로 눕는 사람의 이야기이니, 말없이도 통하는 마음이고 낮아질수록 향기나는 사랑입니다."
두향은 감동한 듯 말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나즉히 이었다.
"나으리는 정말 천하의 가인(歌人)이십니다. 사람과 꽃이 위로하듯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기승전결 중에서 전(轉)까지 멋지게 왔사옵니다." <계속>
 
▶이전회차
[千日野話]매화향기를 남기고 떠난 아비




이상국 편집부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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