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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특집 보고서 (끝) 좌절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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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이 넘는 올해의 인물 가운데 '2013년 빅 인터뷰' 최종 후보로 정치 쪽 1명, 그리고 경제 쪽 1명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결국 '정치'와 '경제'가 남은 것이다. 1년 내내 다들 입만 열면 "정치는 짜증나고 경제는 골치 아프다"고 푸념했지만 그 그물망에서 자유로운 이가 또 누가 있을까.


먹고살기 팍팍한 데다 양극화가 심화돼 배 아픈 일까지 는 탓인지 경제 쪽에서는 '대한민국 평균인'이 끝까지 남았다.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한국인을 1등에서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운 뒤 정확히 중간에 서있는 이를 만나 인터뷰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대한민국 평균인은 어디에 살고(서울일까 수도권일까 아니면 지방일까), 연소득은 얼마인지(못해도 3000만원은 넘지 않을까), 부양가족은 몇 명인지(통상 본인 포함 4명이지만 요즘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니 혹시 '솔로'?), 차는 어떤 걸 굴리고(차량 등록 대수가 누적기준 2000만대에 육박하고 있으니 차가 없지는 않겠지), 외식은 한 주에 몇 번하고 소주는 몇 병 마시는지, 영화는 일 년에 몇 번 보고 책은 몇 권 사는지, TV는 하루 몇 시간 보고 인터넷은 몇 시간 하는지, 한 달에 병원은 몇 번 가는지, 지금 혹 아픈 곳은 없는지, 결론적으로 이 땅에서 사는 게 편안하신지, 정말로 궁금한 게 많은 것이다.

경제 쪽이 추상적이었다면 정치 쪽 후보는 아주 구체적이었으니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뽑혔다. 잠깐 후보 선정 논의 과정을 공개하면 김정은을 빅 인터뷰 최종 후보로 정하는 데 반대한 데스크는 한 명도 없었다(2013년을 뛰어넘어 최근 몇 년간 그에 필적할 만한 뉴스메이커가 한반도에 누가 있겠는가). 다만 우리 신문이 경제신문이니 경제 이슈에 충실하자는 의견과 함께 그의 존재가 국내 정치ㆍ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분명하지만 엄격하게 볼 때 그를 국내 정치인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고민 끝에 일단 유보하기로 했다. 정치와 경제, 두 명 모두 인터뷰한 뒤 결과물을 보고 1명으로 압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리하여 후보 선정은 그럭저럭 끝냈으나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인터뷰를 누가, 어떻게 할지를 정하는 단계에서 생각지 못한 난관에 봉착해 불발로 끝나 버린 것이다. '평균인'의 경우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특정하기가 불가능했고, 김정은은 어디에 사는지 소재까지 파악됐으나 접근 경로를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다. 허망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번 '빅 인터뷰'뿐일까. 눈치 빠른 독자께선 이미 간파하셨겠지만 이와 유사한 의사결정 과정이 각 회사(언론사만 그런 것도 아니다)에서 거의 매일 진행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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