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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편식적인 인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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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해외 사례는 뷔페와 비슷하다. 다양한 음식을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처럼 해외 사례도 저마다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부분만 선택해서 제시할 수 있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둘러싸고 그런 모습이 드러났다. 한 편에서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영국 철도요금이 버거운 수준으로 뛰었다는 근거를 댔고, 다른 편에서는 영국 철도요금은 요일과 시간에 따라 차이가 나며, 같은 구간을 그보다 훨씬 낮은 요금으로 오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 편에서는 여러 회사가 철도 수송에서 경쟁하게 하면 안전성이 떨어져 위험해진다며 그런 예를 들었고, 맞은 편에서는 오히려 더 안전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진실은 조각이 아니라 전체를 아울러 봐야 드러난다. 철도를 경쟁으로 바꾼 결과는 해외의 특정 사례를 따르도록 정해진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해외 사례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협동조합의 모델로 거론되는 몬드라곤에서도 나타났다. 몬드라곤 소속의 가전회사 파고르가 11월 중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몬드라곤은 한 협동조합의 손실을 다른 곳이 메워주면서 함께 위기를 넘어왔다. 하지만 파고르의 자금지원 요청에 형편이 어려운 조합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몬드라곤의 핵심 원칙인 소속 협동조합 사이의 연대가 깨진 것이다.


경영난에 빠진 협동조합의 조합원을 다른 협동조합에서 받아들임으로써 정리해고 없이 위기를 넘긴다는 원칙 역시 예외를 남기게 됐다. 파산보호 신청 이후 파고르의 스페인 조합원 18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파고르는 스페인과 프랑스, 폴란드 등에서 약 5600명을 고용했었다.


파고르의 파산보호 신청은 협동조합이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이되 그동안 믿은 것만큼 안전한 방벽은 아님을 보여줬다. 또 협동조합 기업은 "환자가 직접 자신의 팔을 자르지 못하는 것처럼"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는 취약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FTㆍMondragon feels pain as it cuts off its own armㆍ2013.12.9).


국내에서는 파고르 사태를 별로 거론하지 않는다.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파고르 파산보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이 대안이라는 얘기만 반복한다.


편식이 건강에 좋지 않은 것처럼 편집된 지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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