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차량 교환·환불 어려워 고객불만 폭주…판매량 급증에도 정비센터 설립 뒷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지난 7월 독일 고급차 브랜드 포르셰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한 이모씨는 새 차를 받자마자 수차례 정비센터에 맡겨야 했다. 차량의 오른쪽 쏠림현상이 심해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는데 차량을 내준 공식 대리점의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서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출고 후 두 달 넘게 이 브랜드의 다른 AS센터까지 찾아가 정비를 의뢰했지만 문제를 고칠 수 없어 결국 차량을 반납했다. 막 출고된 차량을 수차례 AS센터에 맡겨 고치는 과정에서 원래 없던 핸들떨림 현상까지 더해졌다.
그는 "AS 담당자와 함께 직접 시운전까지 해 본 결과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 차량을 교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포르셰 쪽에서 교환은 힘들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회사 내부에서도 AS부서와 CR부서 간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씨는 다른 방도가 없어 차를 몰지도 못한 채 매달 300만원 가까운 리스료를 그냥 내고 있다.
수입차업계의 AS 부실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 한 해 판매된 수입차만 15만대 이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사후 서비스망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26일까지 수입차의 차량결함으로 신고된 건수는 537건으로 2011년(144건)과 2012년(435건)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까지 더한 총결함신고에서도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5% 수준에서 올해 들어 7.8%로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수입차 판매가 늘고 이에 따라 결함신고도 폭증하고 있지만 수입차업계의 AS에 대한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업체의 전시장과 AS센터(간이정비소 제외)는 3년 전 각각 212개, 240개 수준이었으나 올해 9월 말 현재 316개, 308개로 집계됐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판매에만 열을 올릴 뿐 AS 부문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씨의 사례처럼 차량이 출고 전부터 결함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해 무상수리나 차량교환, 환불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만큼 결정과정에서 소비자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많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도 포르셰 공식수입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코리아 관계자는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결함이 4회 이상 반복돼 정비를 맡길 경우 교환해주고 있지만 이번 일은 안전상 침해로 보기 어렵다"면서 "해당 차종을 전문가와 함께 측정한 결과 정상적인 상태로 고쳤으며 고객이 수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차주와는 상반된 답변이다.
수입차의 경우 해외에서 생산돼 장기간 운송을 거쳐 국내에 반입되는 탓에 소비자에 인도된 후 차량의 문제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유럽 브랜드의 1억원이 넘는 세단을 구입했다는 한 소비자는 인도받은 새 차량의 도장상태가 이상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다른 차량으로 교환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AS를 강화한다는 건 당장 회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 다들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면서도 실제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