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26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에는 군국주의 강화와 지지도 상승 등 복합적 이유가 내재돼 있다"며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 이웃국 분노 촉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과정과 한국 및 중국의 반응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FT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동중국해 영토 분쟁 등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참배가 이 지역 긴장 고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FT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방문은 아베 정권의 정책 중심이 향후 '아베노믹스'에서 우경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아베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일본이 군국주의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방송은 '아베는 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평화 헌법 개정이라는 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크고 무서운 중국'이라는 외부 위협을 이용해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있는 평화 헌법 개정 등 국수적인 의제를 추진하는데 도움을 얻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주변국과의 관계는 물론 미·일 양국 관계도 훼손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소피아대학의 나카노 고이치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은 그동안 일본에 대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해왔다"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미·일 관계가 손상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이번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에 대한 이웃국가들과의 화해를 촉구해온 오바마 행정부에 새로운 우려가 될 수 있다"면서 주일 미국대사관의 '비판'성명을 소개했다.
WP는 아베 총리가 최근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관련해서 대화를 통한 긴장완화를 주장해왔지만 야스쿠니 참배는 이런 화해 전략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은 일본 내 우익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역내 긴장 상황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지지도 만회용'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계기로 아베 내각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해 인기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스 인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 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이전까지 '중일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있었다"라며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가 더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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