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관심가진 '동동구리무'부터 IMF 아픔 담은 어음까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우리 중소기업의 역사를 한눈에'
서울 상암동 DMC타워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 역사관'은 191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중소기업 제품을 연대별로 모아놓은 곳이다. 50년대 동동구리무, 80년대 흑백TV, 90년대 시티폰 등 우리 경제사의 한 장면을 장식한 제품들을 지난 20일 직접 만나봤다.
가장 먼저 관람자를 반겨주는 제품은 '1호 제품'인 조선 성냥. 1917년 인천에 설립된 성냥공장 조선인촌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그 옆의 유리 케이스에는 국내 최장수 의약품인 '활명수'가 전시돼 있다. 참기름 병을 연상케 하는 외양이지만 활명수의 트레이드마크인 '부채표'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행상들이 북을 '동동' 치며 팔고 다닌 데서 유래한 '동동구리무(크림)' 용기도 전시됐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서 만든 이 크림은 '럭키크림'이라는 본래 이름보다 동동구리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했다. 지난 19일 개관에 맞춰 역사관에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도 동동구리무에 관심을 가지며 "이 안에 아직 크림이 들어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전시관은 10년 단위로 시기를 나눠 시대배경과 함께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동동구리무와 활명수는 1950년대 이전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는 가발과 고무신, 섬유원단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집약적 수출 상품들이 주로 전시됐다. 그 당시 구로수출공업단지에서 작업을 하던 여공들의 사진과 전병직 한국모발제품수출업자협회 회장의 육성이 담긴 설명이 곁들여져 쉽게 그 시대의 분위기를 짐작케 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국내 오디오시장을 제패했던 인켈의 '턴테이블(전축)', 국내에서 생산한 체신부 1호 전화기 모델, 국산화 부품이 사용된 TV기판 등이 대표 전시물이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에게 선물한 오리엔트 벽걸이 시계도 전시됐다. 문짝 달린 흑백 TV도 추억을 자극한다.
1980년대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뿌리인 관련 부품 전시물이, 90년대에는 삼보컴퓨터, 컴퓨터부품, 아래아한글 프로그램 플로피 디스켓, V3프로 등 IT 관련 전시물이 주로 전시됐다.
그 다음에는 1990년대 말 우리나라를 덮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시기를 상징하는 중소기업 부도어음 수십 장이 유리 케이스 안에 쌓여 있었다. 김대홍 역사박물관 TF팀 전문위원은 "웃으면서 전시관을 둘러보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이 앞에만 서면 숙연해진다"며 "가끔 눈물을 훔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구제금융 시기에도 꿋꿋이 생존한 기업들은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쓰리쎄븐의 손톱깎이 세트, 홍진HJC의 헬멧, 롤팩의 진공포장시스템, 유니온커뮤니티의 지문인식기 등 품질을 앞세운 세계 1등 제품들이 전시됐다. 이밖에도 세계최초 스마트폰 포토프린터, 지문인식 도어락 등 첨단제품과 매표화학, 금박연 등 전통을 지키면서도 장수한 기업들을 소개해 다양한 분야의 강소기업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역사관 출구에는 전자 방명록이 있어 방문소감을 직접 모니터에 남길 수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여러 차례의 어려움을 이기고 세계 속에 우뚝선 기업들을 위해 작게나마 '화이팅!' 하고 응원의 문구를 남겼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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