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전지현과 이연희가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와 깊은 감성 연기를 넘나들면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두 여배우는 캐릭터를 위해 망가짐도 불사했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지현은 지난 1999년 신인 시절 출연한 SBS 드라마 '해피투게더' 이후 1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앞서 영화 '도둑들'과 '베를린'을 통해 흥행 여배우로 우뚝 선 바 있는 전지현을 집에서 TV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기쁨이었다.
그의 복귀작은 SBS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로, 상대역은 '도둑들'에서 호흡을 맞춘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해를 품은 달'을 국민 드라마로 이끌며 극강의 연기력을 뽐낸 바 있다. 드라마에서도 두 사람의 호흡은 역시 좋았다. 400년 전 조선에 온 외계인 김수현과 안하무인 톱스타 전지현의 찰떡 궁합은 연일 큰 웃음을 선사하며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전지현은 완벽한 외모를 지녔지만 알고 보면 허당기가 넘치는 천송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치에도 야밤에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단순 무식한 백치미를 뽐내며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만취 연기와 욕설 연기 역시 일품이었다.
천송이를 보고 있노라면 전지현을 지난 2001년 스타덤에 올린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떠오른다. 세월이 흘러 좀 더 원숙미가 곁들여진 그는 온 몸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내뿜으며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경쟁작인 MBC '미스코리아'(극본 서숙향, 연출 권석장)의 기세도 무섭다. 전지현과 경쟁을 벌이는 이는 '젊은 피' 이연희다.
그는 다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배우 이선균과 상대역으로 나선다. 이선균은 전작들을 통해 권석장 PD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바 있으며, 각종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심을 설레게 했던 장본인이다. '미스코리아'에서 이선균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연희를 받쳐주고 끌어주며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사실 이연희는 한때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소지섭과 함께 한 드라마 '유령'에서 좀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더니, 급기야 MBC '구가의 서'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것.
하지만 '미스코리아'가 베일을 벗자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깜짝 놀라야 했다. 청순미의 대명사 같았던 이연희가 거침없이 망가지고 울고 웃으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
이연희는 화장이 잔뜩 번진 얼굴로 버럭 짜증을 내기도 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무아지경 춤을 추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또 엘리베이터걸로 일하던 도중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삶은 달걀을 입에 넣고 삼키거나, 형준(이선균 분)의 꿈속에 미스코리아 수영복을 입고 나타나 독설을 내뱉는 모습 등은 그간 보아온 이연희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게 만들었다.
다소 경박하고 드세지만 한편으론 인간미 있고 귀엽기도 한 오지영 캐릭터를 맡아 제대로 연기 변신을 한 이연희. 그는 '미스코리아'를 통해 그간의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키며 진정한 여배우로서 거듭나고 있다.
미모를 포기하고 한없이 망가지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두 여배우 전지현, 이연희의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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