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행복주택 정책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수지 위에 짓는 건 상황이 다르다. 국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주민들과 협의해 대안 부지를 찾아야 한다." (김호원 송파행복주택 반대 비상대책위원장)
국토교통부는 16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행복주택 송파·잠실지구의 합동주민설명회를 열어 정부의 수정된 정책방향을 공지하고 동시에 의견을 수렴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 속에 무산됐다.
이날 합동설명회에는 두 시범지구 주민들이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앞서 단상에 올랐다. 주민들은 '탄천 유수지 내 행복주택 건립 결사반대'라고 적힌 빨간색 현수막을 내걸고 설명회를 위해 온 국토부와 LH 직원들이 모두 퇴장할 때까지 내려갈 수 없다고 외쳤다. 이 같은 대치는 30분간 지속된 뒤 정부 관계자들이 설명회장을 뜨면서 마무리됐다.
이에 정부가 행복주택 건립 규모를 줄인 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대안을 찾기 위해 마련한 5개 시범지구(송파·잠실·목동·공릉·안산 고잔)의 주민설명회가 단 한 곳에서도 열리지 못했다.
송파구 주민들은 유수지 위에 들어서는 데 대한 안전성과 체육시설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가락동에서 온 한 주민은 "송파구 남쪽은 체육시설 등이 부족한데 그나마 유수지가 있어서 운동을 할 수 있었다"면서 "여름엔 악취가 진동을 하는데 그 위에 집을 짓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파지구 예정지와 맞닿아 있는 가락시영아파트 주민들의 반대가 특히 심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주가 진행 중인 이 단지는 전체 6600가구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다. 오는 2017년 재건축이 끝나면 전체 9500여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유수지의 빗물처리 능력뿐 아니라 교통 혼잡에 대한 우려 또한 높은 상황이다.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송파구 주민은 "과거 장마철에 유수지에서 물이 잘 안 빠져 가락아파트 주민들이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면서 "앞으로 집중호우가 얼마나 올지 모르는 데 유수지 위에 집을 짓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인데 재건축이 끝나고 행복주택까지 들어서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다른 지구에서 보였던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체 가구 수를 대폭 줄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당초 1600가구를 지으려던 송파지구를 600가구로 62%나 축소했다. 잠실지구도 계획보다 58% 줄어든 750가구만 짓는다는 계획이다.
또 입주 자격이 까다로워 차량 보유자는 많이 않을 것이며 체육시설에 대한 대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정렬 국토부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은 "주민들에게 행복주택의 기본 취지와 방향 등을 설명하기 위해 온 것인데 무산돼 안타깝다"며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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