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양천구민은 정부의 행복주택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위치선정이 잘못됐고 정당한 절차를 생략한 국토교통부의 일방통행식 지구지정을 반대하는 것이다."(양천구 민관정 공동성명서)
"주민들께서 지적해주신 점들을 반영한 향후 계획들을 설명해드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오늘도 설명회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지만 주민뿐만 아니라 지자체와도 지속 대화를 시도하겠다."(김정렬 국토교통부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
정부가 행복주택 건립 규모를 절반 이상 축소한 이후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설명회가 또 다시 무산됐다.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SH집단에너지사업단 서부지사에서 열려던 목동 행복주택지구 주민설명회가 목동행복주택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집단행동으로 결국 열리지 못했다.
이날 주민들 80여명은 당초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설명회 시간인 오후 3시보다 30분 일찍 모여 '양천구 민관정 공동성명서'를 낭독한 뒤 해산했다. 이 자리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김기준 민주당 의원, 전귀권 양천구청장 권한대행 등 지역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후 10여명의 주민들만 참석한 채 설명회는 20여분간 진행됐다.
신정호 목동 행복주택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행복주택의 기본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전제로 한 뒤 "오늘 개최되는 주민설명회는 오는 19일 일괄 지구지정을 앞두고 보여주기 식으로 급조된 것"이라며 "실제 주민을 위한 그리고 주민이 원하는 대안 있는 설명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토부가 제시한 2800가구에서 1300가구로 54% 줄이는 대안에 대해선 "양천구가 의견을 제시한 적도 없는 방안"이라며 "유수지 기간 시설들로 인해 실제 가용부지가 적음을 뒤늦게 알고 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자연감소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교육과 교통에 대한 대안 없이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학생 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지면 교육의 질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며 "교통에 대한 대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당초보다 가구 수를 대폭 줄였기 때문에 학생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고 교통에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최찬용 LH 행복주택1처 부장은 "과거 2800가구를 기준으로 조사한 용역에서도 교통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가구 수를 54% 줄였기 때문에 교통체증은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반영해 설계를 마친 뒤 전문가 의견을 거쳐 주민들의 검증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설계에 착수하기 위해선 지구지정을 거쳐 지구계획 단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명섭 국토부 행복주택기획과장은 "지구지정이 곧 행복주택 착공은 아니며 사업을 위한 최초의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구지정을 마치고 지구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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