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서울 공릉동·안산서 주민설명회 열었지만
"지구지정 결사반대" 구호에 막혀 결국 무산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이민찬 기자] "규모 축소한다고 발표하더니 곧 지구지정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것부터 확인해줘야 한다."(공릉지구 주민)
"지금도 소형 주택이 넘쳐나 조금 오래된 건물들은 공실률이 높다. 시범지구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잔지구 주민)
정부가 행복주택 건립규모를 줄이기로 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으나 12일 주민설명회를 통한 공식 의견수렴의 장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서울 공릉동과 안산, 2곳에서 동시에 주민설명회를 갖고 수정된 행복주택 정책방향을 공유하고 의견수렴을 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시위 속에 무산됐다.
LH 서울본부 중계사업단에서 열려던 행복주택 공릉지구 주민설명회장은 계획된 시간 이전부터 약 50명의 공릉 행복주택 건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이 말만 하려해도 '결사반대'를 외치며 진행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주민들이 자리를 점거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행복주택건립 결사반대' 등을 외쳐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지구지정 착수 소식이 새롭게 전해지며 더욱 흥분이 고조되기도 했다.
황규돈 공릉지구 비대위원장은 "공릉동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자전거길과 공원이 들어서기로 계획된 곳"이라면서 "시범지구 인근에는 서울과기대 900실, 광운대 434실 규모의 기숙사가 건립될 예정인데다 주변에 도시형생활주택이 1100가구 들어서 있다"며 공급과잉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국토부가 이것부터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원구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정한 만큼 지구 지정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면서 "계속 일방적으로 행복주택 정책을 추진한다면 행정소송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규모를 축소한다고 밝혔으면 그 다음에 주민들과 대화를 해야지 대화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해 정부의 주민설명회를 대화의 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이명섭 국토부 행복주택기획과장은 "행복주택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일조권 침해를 주장하는 분들도 있는데 오해를 하는 것"이라면서 "제대로 사업내용을 알려드리기 위해 설명회를 연 것인데 무산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구지정에 대해서는 지금 논하기는 어려운 것 같고 일단 주민설명회부터 제대로 열어야 할 입장"이라며 "향후 일정은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시 교통안전공단 본사에서 계획됐던 행복주택 고잔지구 주민설명회장도 주민 100여명이 꽉 들어차 행사진행을 막았다. 이회균 고잔지구 행복주택 비대위원장은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발표하기 전에 소통을 했어야 한다"면서 "절차상 문제뿐만 아니라 당초 시범지구로 지정했던 취지 등이 변경됐기 때문에 시범지구도 취소를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한 주민들은 정부가 1500가구에서 700가구로 줄이는 수정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가구 수를 줄인다고 기존에 제기했던 주차난과 도시미관 저해는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주민들은 시범지구 취소를 원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설명회가 끝내 열리지 못했지만 국토부는 꾸준히 주민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정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주민들에게 행복주택의 기본 취지와 방향 등을 설명하기 위해 온 것인데 무산돼 안타깝다"면서 "지역 주민과 안산시, 안산시의회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며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