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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로 드러난 금감원 직원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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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당대출 받아 청렴의무 위반 이유로 결국 해고…법원 "비난가능성 커 징계처분 정당"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저축은행에서 개인적 용도로 부당대출을 받은 것은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금감원 직원과 저축은행 직원의 관계를 '갑을관계'로 보고 이 같은 비위를 '뇌물수수'와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1989년 금감원의 전신인 증권감독원에 입사해 2003년부터 금감원 부산지원에서 수석조사역으로 근무해왔던 A씨는 지원 근무를 하기 전부터 약 2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 법원에 개인회생신청을 해 인가결정을 받았던 그는 두 곳의 저축은행으로부터 총 4500만원을 대출받았다.

개인회생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금융기관에서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으나 대출을 해준 이들은 모두 금감원 직원 출신으로 각각 은행 감사와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고 A씨의 요구에 따라 신용조회 없이 대출을 해줬다. 각 저축은행은 대출금 회수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11년 2월 발생한 부산저축은행 비리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추가 신용대출을 받은 정황을 파악해 뇌물수수 혐의로 내사를 벌이다가 입건유예하면서 금감원에 그 결과를 통보,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청렴의무 위반, 금감원 명예 손상 등을 이유로 A씨를 '무기한 정직' 처분했고 6개월이 지나도 해지되지 않아 그는 지난해 9월자로 퇴직 처리됐다. A씨는 "직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사실이 없다"면서 소송을 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정종관)는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금감원의 검사·감독을 받는 저축은행으로서는 금감원 직원인 A씨의 대출 요청을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입을 수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대출을 해준 것으로 보이고 이를 A씨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통상적 절차에 따라 대출이 이뤄지지 않아 대출원리금이 변제되지 않는 경우 이는 결국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피해로 귀결되는 점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A씨가 지위를 이용해 대출을 받아 비난 가능성이 더욱 큰 점 등에 비춰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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