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일리한 발전소는 한국전력공사의 해외 투자 사업 1호입니다. 수익성도 좋아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130여km 떨어진 일리한 발전소에서 만난 황화연 발전소장은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 사업비 7억2100만달러가 투입된 일리한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는 한전이 지분 51%를 보유한 대주주다. 발전 설비 용량은 1200MW급으로 올해로 발전소를 돌린 지 12년째다. 사업 기간 23년이 끝나는 2022년에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 BOT(Build Own Transfer) 방식이다.
황 소장은 "일리한 발전소는 필리핀 전체 발전의 7%를 담당하고 있으며 전력을 생산해 송전하는 양으로 따지면 필리핀 내 최고의 단일 발전소"라고 전했다. 일리한 발전소는 올해 2ㆍ4분기에만 434억원 매출에 232억원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지금껏 일리한 발전소에서만 3758억원의 순익을 챙겼다.
지난달 28일 찾은 일리한 발전소는 일부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한 달 정도 예방정비를 하는 기간이었다. 황 소장은 "필리핀전력공사와 계약상 연간 90% 이상 가동률을 유지하는 것이 지상 과제"라며 "고장 정지 최소화, 계획예방정비 철저, 지속적인 설비 개선 등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당국이 허용하는 불시 정지 허용일은 연간 10.9일인데 일리한 발전소는 이를 단 한 번도 넘긴 적이 없다. 2009년에는 하루도 안 되는 0.7일, 지난해에는 1.1일을 기록했다고 황 소장은 전했다.
최근 필리핀에 불어 닥친 초특급 태풍 하이옌은 일리한 발전소에도 간접적인 타격을 줬다. 황 소장은 "여기 근무하는 전 직원이 3일 밤을 꼬박 새면서 복구 작업을 했다"면서 "수퍼 타이푼을 이긴 우리 직원들에게 울트라 수퍼라고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일리한 발전소를 비롯해 한전이 필리핀 내에서 운영 중인 총 발전 설비 용량은 1400MW로, 전체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마닐라에서 만난 황규병 필리핀 법인장은 "한전은 필리핀 내 독립 발전사 중 4위"라며 "매출액으로는 114위, 순이익으로는 11위, 법인세 납부 실적으로는 18위에 해당하는 선두 기업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전이 운영하는 발전소가 가장 고장이 적은 데다 값 싸고 질 좋은 전기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건설 단가와 연료 단가,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바로 한전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필리핀 전기요금은 상당히 비싼 편이라 일반 서민은 충분히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주택용은 221%, 평균 요금은 239% 비싸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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