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김인원 기자] 국회가 다시 파행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이 28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하고, 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29일 시작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에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함에 따라 '반쪽짜리 위원회'가 됐다. 안 그래도 '졸속 예산심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벼락치기'마저 힘겨운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시계(視界) 제로' 상태다.
국회 예결특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참석한 의원들의 의사진행이 지속되면서 정상적인 정부 정책 질의를 제 시간에 시작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대부분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의당ㆍ무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만큼 예산안 심의를 예정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박주선 무소속 의원은 "야당의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예산안 심의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도 "야당의 동의없이 예산안 심의를 마칠 수 없기 때문에 여야간 협의를 통해 민주당이 참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예산심의마저 거부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께 송구하지만 오늘부터 의사일정을 중단한다"며 "민주당의 국회 정상화 제안을 사상 초유의 임명동의안 날치기로 응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긴급 소집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지만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국회 보이콧'을 곧바로 풀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협의체 구성 제안도 꼭두각시 종박(從朴) 새누리당"이라 비꼬으며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할 것이고 모든 책임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회의장에게 있으며 그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단독 예산 심의' 카드를 꺼내며 민주당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특히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협상을 통해 민주당을 달래기보다는 '반쪽 국회'의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겼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한다", "민주당은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고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에 한참 밀리는 이유를 되돌아 보기 바란다" 등 민주당을 겨냥했다.
예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전년도 결산안도 법정시한보다 3개월 늦으며 최근 10년간 가장 늦게 통과됐다"며 "오늘부터 예산심의를 착수하기로 돼 있어 정부에서 전부 와서 오전 10시부터 대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도 여야가 합의한 12월16일에 예산안이 본회의 상정될 수 있도록 (예산심의에) 참석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예산 국회'가 언제 정상화 될 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주말 여야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밑협상을 통해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예산안 심의 지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보이콧을 지속할 경우 예산안 처리는 물론 민생ㆍ경제활성화 입법 추진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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