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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월마트 때문에 美제조업 망쳤다?‥'지역경제와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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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월마트 때문에 美제조업 망쳤다?‥'지역경제와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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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우리나라에 대형마트가 들어온 것은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이 그 시작이다. 백화점이나 전통시장, 대리점, 골목가게 등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금세 대형마트로 돌아섰다. 밝고 깨끗한 매장과 종류별로 쉽게 분류해놓은 상품 구성 등이 이들의 눈길을 끈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대형마트는 백화점을 제치고 국내 최대 유통 채널이 됐다. 이러는 동안 전통시장의 수는 2004년 1702개에서 지난해 1347개로 줄었고, 골목가게들도 하나둘 무너졌다.


현재 대형마트 문제는 아무도 풀지 못하는 숙제다. 국회에서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여러가지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간 '지역경제와 대형마트'에서 소개된 주요 사례는 주로 미국 내 최대 체인점인 '월마트'다. 우리보다 먼저 '대형마트 시대'를 열었던 미국의 상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 역시 대형 유통업체의 확산으로 지역사회가 황폐화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 유통경제대학교의 하라다 히데오 교수가 10년이 넘게 미국 대형마트 문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2003년 미국 남캘리포니아의 슈퍼마켓업계는 4개월이 넘게 파업을 실시했다. 이 지역의 슈퍼마켓업계는 반세기 이상 조합이 유지돼 온 윤리적 경영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코스트코, 월마트 등이 입점하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노동조합이 없는 이들 대형마트들은 종업원들의 임금을 다른 곳보다 20~30% 낮게 책정을 했는데, 이로 인해 식료잡화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월마트로 몰렸고, 다른 슈퍼마켓들 역시 종업원들의 인건비를 끌어내리려 시도하다 파업이 일어난 것이다. 경영진들이나 노동자들 모두 하나같이 분쟁의 원인으로 '월마트'를 꼽았다. 2006년을 기준을 과거 10년간 미국에서는 29개의 슈퍼마켓 체인이 파산절차에 들어 갔는데, 이중 25개의 도산이 월마트와의 분쟁이 계기가 됐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하라다 교수는 과연 저가 제품이 득실거리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월마트가 한 지역에 진출하면 해당 지역 및 인근 지역의 물가가 싸질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저가 중국 제조품의 대량 유통은 미국 제조업의 도산이나 노동자 해고를 수반하기 때문에 미국 내 노동자와 기업의 희생이 필수적이다. 결국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력은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 마트의 비윤리적 경영도 문제다. 최근 수년간 미국 내 월마트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노동관행의 고발은 100여건 이상이다. 월마트사의 노동법 위반은 조합을 결성하고자 한 사람에 대한 위법적인 해고, 불만이 있는 종업원에 대한 불법 감시, 위협, 협박 등이 있었다. 또 종업원들은 월마트에서만 받은 임금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해낼 수가 없어서 국가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자용 식료비 보조나 공적의료비 보조 등에 의존하게 됐다. 월마트가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대형마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경제, 사회적 변화를 짚어준다. 대형 유통업체는 본사를 외지에 두고 있어 지역소득과 부가 역외로 유출되는 현상도 발생해 지역 경제를 황폐하게 몰고 갈 수도 있다. 또 도보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가게를 지나쳐 차를 타고 대형마트로 갈 때 드는 '환경적' 비용도 무시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현재 미국에서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영업시간 규제, 체인점 규제, 빈 점포 대책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조닝(zoning)'제도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월마트가 내세운 '소비자 중심주의', '소비자 지향주의'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지역경제와 대형마트 / 하라다 히데오 지음 / 김영기 김승희 강성한 옮김 / 한울 / 4만4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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