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KBS2 수목드라마 '예쁜남자'(극본 유영아, 연출 이재상)가 기대를 저버리고 동시간대 꼴찌로 완벽하게 추락했다.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과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만남. 높은 시청률을 기대해 볼 법도 한데,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
2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8일 방송된 '예쁜남자'는 4.3%(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7일 방송분이 기록한 5.4%보다 1.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작품은 이틀 연속 시청률 하락세를 타며 수목극 대결에서 패자가 됐다.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예쁜남자'는 천계영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천계영은 기발한 소재와 재치 있는 대사, 빠른 전개로 여러 작품을 히트시킨 바 있는 인기 작가다. 제작진은 '예쁜남자'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 말투, 대사까지 원작과 매우 닮게 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화는 드라마보다 좀 더 높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독자들이 그림으로 보여지지 않은 부분들을 자신의 상상으로 채워 넣는 데에 매력이 있는 것. 그러나 다소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인 주제를 영상으로 승화시킬 때는 보다 상세한 연출적 설명이 필요하다. 또 원작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내 시청자들의 정서에 맞는 각색도 분명히 필요하다. 만화의 독자들과 안방극장 시청자들은 연령대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쁜남자'는 국보급 비주얼을 지닌 남자 독고마테(장근석 분)가 대한민국 상위 1%의 성공녀 10인방의 여심을 훔치면서 얻은 노하우를 통해 진정한 '예쁜남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주인공 장근석의 '허세 꽃미남' 연기는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각각의 캐릭터, 배우들의 외적 모습은 물론 영상의 전체적인 느낌이 일본드라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는 평이다. 한류스타 장근석을 내세워 처음부터 해외수출을 목적으로 만든 드라마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쏟아질 정도.
사실 이 같은 비판이 억지 주장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방영된 KBS2 월화드라마 '사랑비'는 국내에서 매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가 출연해 기대를 모았지만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제작진에 따르면 '사랑비'는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싱가폴 등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미주지역과 유럽을 포함 12개 지역에 판매됐다.
특히 방영 전 일본 시장에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 대우로 선 수출 되는 기염을 토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대단한 '장근석의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해외에 수출해 큰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시청자들의 눈부터 즐겁게 하는 게 드라마 제작의 일차적 목표여야 하지 않을까. KBS는 '한국방송공사'의 약자다. 해외를 공략하기에 앞서 한국 안방극장부터 만족시키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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