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라는 말이 이번 정부 경제정책의 화두가 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 요지는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 상상력과 창의력, 융ㆍ복합을 가로막는 규제완화와 창의적인 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 창조경제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 강조되고 있다.
1차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축산업 분야에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가 있다. 분자생물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생명공학기술 분야에서는 연일 '세계 최초' 또는 '국내 최초' 등의 수식어를 붙인 첨단 신기술이나 신정보가 양산되고 있으며 축산 연구 분야도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종래의 축산업이라 하면 사람의 먹을거리용 고기나 우유, 계란 등을 생산하기 위하여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을 사육, 도축, 가공하는 산업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생명공학기술과 축산이 융합하여 동물생명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동물생명공학은 단순한 먹거리 제공용 가축을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의료용 동물'로 변화시키고 있다.
즉 사람의 질병을 연구하기 위한 질환 모델 동물이나 희귀 또는 난치병 치료 목적의 의약용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한 바이오신약 생산 동물, 그리고 병든 사람의 장기를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바이오장기를 생산하는 동물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산업 창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의료용 동물을 키우는 무균사육 시설의 구축과 운용 분야도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1차 산업인 축산업과 최첨단 생명공학기술이 융합해 6차 산업으로 재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창조는 기존의 것을 응용하거나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 그 자체이다. 새로운 것이 나오려면 기초가 튼튼해야만 한다. 즉 전문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가능하다. 별다른 전문지식 없이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올 때 우리는 그것을 '잔꾀 또는 잔머리'라 부른다. 대체로 먼저 개발된 것을 필요에 따라 개선한 것이기 때문에 임기응변식 혁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물론 혁신이나 개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창조를 위해서는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산업화가 이루어진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우리 선배들은 열심히 추격을 하였다. "노력하는 놈을 머리 좋은 놈이 이길 수 없다"라는 말처럼 선배들의 노력 덕택에 기술 선진국과의 격차를 많이 줄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분야별로 많은 인력을 양성하여 이제는 인적 잠재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이는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분명히 선진국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남을 선도할 수 있는 힘은 많은 소통과 토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어 온 선배들의 풍부한 경험과 첨단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후배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간의 난상토론을 통해서 단순 시행착오적인 부분들을 최소화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농업은 6차 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기초와 소통이 함께 어우러질 때 진정한 창조적 가치를 지닌 6차 산업이 될 수 있다.
박진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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