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남]
묵은쌀을 햅쌀로 둔갑시키거나 일반 쌀을 친환경 쌀로 속여 판매한 농협 조합장 등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일 햅쌀에 묵은쌀 8대2의 비율로 섞어 판매한 혐의(사기 및 양곡관리법 위반)로 해남 모 농협 조합장 양모(67)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경찰은 일반쌀을 친환경 쌀인 것처럼 속인 혐의(사기 및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등)로 또 다른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소장 김모(43)씨 등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 등 5명은 2009년산 묵은쌀(정부 공매곡 등)과 햅쌀을 2대8 비율로 섞은 쌀 1만3400t(178억원 상당)을 판매해 2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 4명은 일반 쌀을 농약을 하지 않은 친환경 쌀인 것처럼 둔갑시켜 총 71t(1억8000만원 상당)을 유통시켜 2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묵은쌀이 섞인 쌀과 가짜 친환경 쌀은 전국의 대형마트와 전라남도 농수산물 인터넷 쇼핑몰인 남도장터 등을 통해 유통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적발된 두 곳의 해남 지역 농협은 모두 품질 좋은 쌀로 명성을 떨쳐왔던 곳이다.
A 농협의 경우에는 올해에도 지난해 팔다 남은 묵은 쌀 1천t 중 절반을 같은 방법으로 판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농협은 2008년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을 갖췄으며 최첨단 시설로 견학 대상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7월 이사 선거 과정에서 대의원 30여명이 돈을 받았다고 자진 신고하는 등 구설의 대상이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협중앙회에서 개발한 전산 시스템은 원료 곡의 생산연도, 품종 등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아 조작의 우려가 큰 것도 개선점으로 꼽혔다.
특히 양곡관리법상 거짓·과대표시나 광고를 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에 처하게 돼 부당이득이나 소비자 피해와 비교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규정한 제재를 일단 엄격하게 적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형사·행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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