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장프랑수아 밀레의 19세기 후반 작품 '만종' 앞에 멈춰 섰다. 두 농부 뒤로 펼쳐진 황혼 녘의 대지와 하늘을 응시하던 박 대통령은 그 배경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클레르 베르나르디 오르세미술관 큐레이터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질문과 답은 한참 더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현지 문화명소를 한 곳 이상 꼭 들른다. 미국에선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게티미술관, 중국은 병마용갱, 러시아에선 에르미타쥬박물관을 찾았다. 프랑스 공식방문 첫날인 3일(현지시간) 마지막 일정으로 박 대통령은 파리 오르세미술관을 택했다.
루브르박물관ㆍ퐁피두센터와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이곳에는 인상파ㆍ자연주의 작품이 다수 전시돼 있다. 박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인데, 특히 밀레의 '만종'에 큰 관심을 보인 건 또 다른 이유에서다. 만종은 프랑스인이 가장 자랑하는 이 나라의 보물이다.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표현하는 것처럼 훌륭한 외교술(術)은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지론이다.
이날 오전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현지인들의 모임인 '봉주르 코레' 회원 500여명과 '드라마 파티'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문화는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을 이루는 데 첫걸음이 되기도 하고 서로 잘 몰랐던 국민들끼리도 하나로 큰 공감대를 이루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에서 보내는 이틀 중 하루를 온전히 '문화행사'에 투자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을 반영한 결정이다. 4일 박 대통령은 한국 드라마의 날 행사 후 가진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도 "한국과 프랑스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가꿔왔고 지금은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서는 "국제사회의 개발 관련 논의에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개발 논의에 문화를 포함시키려는 보코바 사무총장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문화행보는) 우리 문화의 힘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하기 위한 마중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마지막 날인 4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또 LG화학의 배터리를 장착한 르노전기차 체험관도 방문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밤늦게 파리를 떠나 영국 런던으로 향할 예정이다.
파리(프랑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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