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에 의한 게시글·댓글 활동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무대로도 펼쳐졌는지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수뇌부의 허가를 받지 못한 수사’였다는 단면이 제시되고 있다.
21일 서울고검 산하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는 단연 최근 수사팀장을 배제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관련의혹 특별수사팀으로 관심이 쏠렸다.
특별수사팀은 최근까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반대 내용이 담긴 글을 게시한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국정원 직원인지 추적해오다 지난 17일 국정원 직원 4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그 중 3명을 체포해 조사한 뒤 이튿날 담당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앞서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재판에 넘길 당시 공소사실에 포함된 인터넷 포털·커뮤니티를 통한 댓글 작업 외에도 ‘문재인의 주군은 김정일, 문재인은 간첩 수준이다’ 등 5만 5689차례에 걸쳐 공직선거법 위반이 의심되는 트위터 활동을 국정원 직원들이 펼쳐온 내용도 함께 심리해 달라는 것이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중대 사건으로 상부에 보고해야 할 사안임에도 압수수색을 포함한 수사팀의 수사가 검찰청법 등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간 수사팀을 이끌어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수사에서 배제했고,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길태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이와 관련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국감에선 검찰 자체 진상조사와는 별도로 퍼즐맞추기가 이뤄졌다. 이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의 SNS, 트위터 문제를 발견하고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나”라고 묻자 윤석열 전 수사팀장은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전해철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윤 전 팀장은 “신속한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고서에 적시하고 향후 수사계획까지 적어서 검사장 댁에 들고가서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리나 사건 기록 자체를 면밀히 검토할 일도 있고 보고가 내부 의사 결정하는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데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검토를 깊이 해보자”며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어진 질의 과정에서 윤 전 팀장은 “검사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내면 해라, 국정원 사건 수사의 순수성이 의심받는다’고 격노했다”며 “검사장 모시고 수사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조 지검장은 “(국정원 사건) 수사·재판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며 “절차적 정의를 확실히 세우고 조그마한 틈새나 흠결 없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도리고 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뿐, 지휘 잘못이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시점상 직무배제 이후에 이뤄진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윤 전 팀장은 “공소장 변경신청은 부장검사 전결이고 전 배제됐지만 구두로 (지검장이) 4차례 승인한 것이기 때문에 법상으로나 절차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수사팀의 보고 절차와 근거에 대한 이해도 검찰 내부에서 서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수뇌부가 윤 전 팀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한 근거는 검찰청법과 검찰보고사무규칙 위반이다.
검찰청법은 검사로 하여금 검찰사무에 있어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하고 적법성·정당성에 이견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보고사무규칙은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이나 수사지휘권 행사에 현저하게 지장을 초래한 사건 등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과 법무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보고사무규칙의 성격에 대해 조 지검장이 법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고 밝힌 데 반해 윤 전 팀장은 내부적으로 따라야 할 준칙이라고 서로 달리 이해했다.
앞서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윤 전 팀장에 대한 직무배제를 발표할 당시 “수사팀에서 아무 보고도 결재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도 이 차장검사는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 총괄 및 공보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말했고 조 지검장도 수긍했으나, 윤 전 팀장은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맞받았다.
윤 전 팀장은 “특별수사팀장으로 전결권을 갖고 있음에도 상부에 보고를 드렸는데 부당한 지시를 하시기 때문에 따르면 안되게 되어있다”며 앞서 지난 6월 원 전 원장을 재판에 넘길 때도 “전결했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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