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亂貰)… 전월세 ‘非상식’ 갈수록 심화
-찾는 사람 없고 물건 많아도… 전셋값 요지부동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거래가 줄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상식으로 구하려다간 큰 코 다친다. 전세 물건은 많은데 거래는 안 된다.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추지도 않는다. 우리로서도 마땅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어 답답하다." (압구정 한양아파트 인근 A공인)
"내부 리모델링이 끝난 85㎡(전용) 전셋값이 지난 7월 5억원을 찍은 후 내려오질 않고 있다. 평균 거래가도 4억5000만원 밑으로는 찾기 힘들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인근 B공인)
서울 전셋값이 60주 연속 상승했다. 8ㆍ28대책의 후속 조치들이 국회에 발목 잡혀 상승 분위기는 주춤하고 있지만 저가 소형매물을 중심으로 꾸준히 거래되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하락세를 주도하던 강남권에서는 중대형의 경우 마지노선까지 치솟았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가격대는 요지부동이다. 대규모 단지들이 밀집한 압구정과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문의해 오는 수요자들에게 이런 현상을 설명하느라 쩔쩔매고 있다.
실제 중대형으로만 이뤄진 압구정 현대8차 107㎡는 지난 7월 상위 평균가 4억2500만원을 찍은 후 3개월 가까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비수기인 한 여름에도 한 달 새 500만원이 오르는 등 중대형 수요가 남아있음을 확인했던 영향이다.
압구정 한강변 아파트 가운데 중소형 면적대가 대거 포함된 현대14차는 더욱 눈에 띈다. 85㎡가 한 달 새 5000만원 오른 4억5000만원에 물건이 나와있다.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물건의 경우 최고 5억원으로 상한가 역시 지난달 4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 올랐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압구정 한강변에 위치한 현대, 신현대, 한양 등은 대부분 중대형으로 이뤄져 그동안 매매나 전세 모두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았지만 가을철에 접어들며 중소형은 2000만원 이상씩 오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중대형 거래는 드문 가운데서도 호가 밑으로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도 했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가 모여 있는 대치동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개월 새 서울시 심의를 줄줄이 통과한 구마을과 쌍용아파트가 분위기를 주도 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재건축 고시를 받은 쌍용아파트(96㎡)는 매매가 움직이기 시작한 데 이어 전셋값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보름여 만에 평균 전셋값이 5000만원 뛰었다. 상위 거래가는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3억8000만원에 거래되던 하한가는 4억5000만원으로 7000만원이나 치솟았다.
은마아파트 76㎡도 비슷하다. 전세 거래량이 크게 줄었지만 평균 전셋값은 상반기 3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단 한 차례도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 되레 상위 평균가만 지난 8월에서 9월, 3억4000만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인근 D공인 대표는 "거래가 줄었으나 좀처럼 하락 분위기로 바뀌질 않는다"며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당분간 현 가격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대규모 단지들도 전셋값 강세는 마찬가지였다. 반포주공1단지 107㎡가 8~9월 3000만원 오른 5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경남아파트 131㎡ 역시 8월에서 9월 5000만원 오른 5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가격이 요지부동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매물은 많지만 수요자가 원하는 물건이 없는 만성적인 현상이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10월 들어 주간 변동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강북권은 여전히 서울 전셋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 한 주 ▲도봉(0.57%) ▲강북(0.36%) ▲은평(0.31%) ▲성북(0.3%) 등이 오른 가운데 도봉은 창동 주공3단지가 500만원, 강북은 미아동 동부센트레빌 500만원, 미아뉴타운송천센트레빌이 1500만~2000만원가량 상승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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