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민관 합동 워킹그룹이 내놓은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의 핵심은 2035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시장에서 원자력발전소 비중을 20%대로 낮춘다는 데 있다. 이는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가 처음 들어선 이후 양적 확대에 주력했던 국내 원전 정책에 질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와 끊이지 않는 원전 비리 문제로 거세진 부정적인 여론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 수요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 설비인 원전을 대체할 대안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대체재로 꼽고 있지만 발전 단가가 3배 이상 비싼 탓에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궁극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시민사회ㆍ산업계ㆍ학계 60여명이 참여한 '에너지기본계획 민관 워킹그룹'이 지난 5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13일 내놓은 2차 국기본의 핵심 포인트는 크게 '원전 비중 목표 하향 조정'과 '에너지 세제 개편' 등 둘로 나뉜다.
가장 쟁점이 됐던 원전 비중은 전력 설비 기준 22~29%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제1차 국기본 수립 당시 2030년 기준 적정 원전 비중은 설비 용량 기준 41%였으나 5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김창섭 민관 워킹그룹 위원장(가천대 교수)은 "당초 워킹그룹 내 원전 워킹그룹은 7~35% 범위를 제시했었으나 총괄 워킹그룹에서 비중은 최종 22~29%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 등을 통해 에너지 가격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권고안은 눈길을 끈다. 공급 설비의 확충만으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의 한계를 절감하고 상대가격 차이를 해소하는 등 수요관리 정책으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만 비과세 중인 발전용 유연탄에는 과세하고 전기의 대체제 성격인 LNG와 등유에는 과세를 완화하는 세제 개편 방안이 제시됐다. 또 원전의 사후처리 비용과 송전선로 주변 지역 보상 등의 사회적인 비용을 전기요금에 단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발전 설비를 계획한 후 송전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발전-송전 설비 계획을 패키지화하고 발전 사업자에게 입지 가이드 라인(송전맵)을 제시해 계통이 가능한 곳에만 발전소 건설을 유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세제 등 인센티브 제공,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자가용 발전 설비ㆍ집단에너지ㆍ신재생 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이 생산하는 발전량 비중을 현재 5% 수준에서 2035년 1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 밖에 신재생 에너지 보급 목표와 자원개발률은 1차 국기본 수준인 11%와 40%를 유지하고 에너지 빈곤층 해소를 위해 2015년부터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저소득층 가정에 전기료, 가스비, 유류비, 난방비 등 에너지를 소비할 때 드는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직접 보조해 주는 방식을 말한다.
국기본은 우리나라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것으로 정부가 향후 20여년을 내다보고 5년마다 정한다. 정부 최종안은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 연말 확정된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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