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언어학자 에바 올롭슨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쉬운 언어는 정부 활동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금발의 스웨덴 여성 언어학자 에바 올롭슨 씨가 한국을 찾았다. 7일 열린 언어정책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과의 7시간 시차로 인해 피곤할 법도 한데 회의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가벼워 보였다. 그는 "저에게 한국과 한글은 낯설지만 스웨덴어와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어 이번 회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에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에서 언어정책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현재 스웨덴 언어위원회 소속 '쉬운 언어 자문관'인 올롭슨 씨는 한글날을 앞두고 쉬운 언어의 필요성과 1960년대부터 '쉬운 언어 캠페인'을 펼친 스웨덴의 경험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사회에는 누구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있어야 한다"며 "쉬운 말로 작성된 이해하기 쉬운 공식 문서는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펼칠 수 있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과거 스웨덴에서도 법률 용어들이 너무 오래되고 어려워서 문제가 많았어요. 유죄 판결을 받아도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국민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결국 스웨덴은 정부가 솔선수범해 각 분야 정부기관부터 쉬운 언어 사용에 나서도록 해 일반 사회까지 확산되도록 했다. 현재 스웨덴의 공공·민간 단체에는 약 300명의 '쉬운 언어 컨설턴트'들이 활동하며 스웨덴 언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올롭슨 씨는 특히 국제화 시대를 맞아 '영어'가 자국어에 침투하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스웨덴에서도 해외와 교류가 많은 학문 및 산업분야에서는 영어가 득세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 분야의 영어 낱말들과 함께 스웨덴 낱말들을 개발하지 않으면 그 분야를 완전히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자어와 영어의 혼용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 한국어에 조언을 해달라는 말에 그는 "스웨덴의 경우 2005년 의회가 언어 정책을 법률로 제정한 덕에 정책을 체계적으로 꾸준히 수행할 수 있었다"며 "한글과 한국어를 보호하고 쉬운 언어를 쓰도록 장려하는 법을 제정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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