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조선업계가 저금리 대출 서비스와 저렴한 선박 가격을 경쟁력으로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들어 세계 해운 시장의 '선박왕' 그리스 대형 선주들이 활발한 발주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국 조선업계의 맹추격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그리스 선주들은 유럽 은행들로부터 선박 발주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 전통적인 조선업계 강국인 한국과 일본에 주문을 넣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그리스 선주들이 중국에 발주한 선박 수는 한국에 발주한 선박 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최근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그리스 선박금융전문 컨설팅업체인 XRTC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그리스 선주들은 중국 조선소에 총 188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한국에 주문한 217척을 바짝 쫓고 있다. 일본은 39척의 선박을 주문 받아 경쟁에서 밀려났다.
벌크선의 경우 중국은 한국을 이미 추월했다. 그리스 선주들은 중국에 벌크선 46척을 주문했는데, 이것은 한국 13척의 3배를 넘는 규모다.
조지 시라다키스 XRTC 상무이사는 "한국이 액화천연가스(LNG)선과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의 특수 선박 분야에서 중국 보다 훨씬 앞서 있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무엇보다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을 바짝 추격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파이낸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 선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구멍을 중국 은행들이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은행들은 서방 은행들 보다 더 싼 금리에 쉽게 대출 허가를 내주며 중국으로의 발주를 유도하고 있다.
그리스선주협회(GSA)측은 "현재 많은 그리스 선주들이 전체 선박 대출의 70%를 중국 은행권에 의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를 유럽과 미국 은행권에서 충당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중국 조선소가 제시하는 선박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산 선박 가격은 한국과 일본산 대비 평균 10~15% 가량 저렴하다.
선사 나비오스 마리타임의 안젤리키 프란고우 회장은 "그리스 선주들이 보유 선박 수를 늘리려고 하는 시기에 중국 조선소들이 경쟁력 있는 거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실탄이 있는 선주들은 이왕이면 조선업계 경기가 나빠 선박 가격이 바닥일 때 주문을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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