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길거리 흡연 규제...서울시의회 관련 조례안 처리 2년째 '논란'..."전면 규제" vs "지나치다" 팽팽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자체들이 식당·PC방 등 실내흡연 단속에 나서는 등 금연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길거리 흡연' 전면 규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이미 서울시를 비롯해 상당수의 지자체들이 일부 구역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단속하고 있지만, 보행 중 흡연 등 길거리 흡연 전면 규제에 대해선 "혐연권과 간접흡연 폐해 방지를 위해 전면 규제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흡연도 개인의 사생활로 전면 규제는 지나친 조치"라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41)씨는 얼마 전 초등학생 딸과 함께 집 앞에 잠시 나갔다가 길거리 흡연자로 인해 속상한 일을 당했다. 사람이 많아 다소 복잡했던 길거리에서 한 남자의 손에 있던 담배가 딸의 이마에 스쳐 화상을 입은 것이다. 사과와 함께 치료비도 조금 받긴 했지만 김씨는 딸의 이마에 혹시 흉터라도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간접흡연의 폐해가 심각하다던데 어떻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막 피워도 되도록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다"며 "실내흡연처럼 길거리 흡연도 당연히 금지해야 한다. 정 피우고 싶으면 자기 집이나 정해진 곳에서만 피우는 게 맞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서울 광화문 광장 근처 직장에 다니고 있는 최모(38)씨는 길거리 흡연을 규제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불만이다. 몇년 전부터 직장 근처인 광화문 광장, 버스정거장 등에서 흡연 단속을 하는 바람에 마음 놓고 담배 피울 곳은 이제 회사 앞 길거리 뿐이어서 길거리 흡연 단속은 과도한 흡연권 제약이라는 생각이다. 최씨는 "탁트인 길거리에서 만큼은 담배를 편하게 피울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길거리 흡연 규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만 이미 서울시를 중심으로 일정한 옥외 구역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흡연을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대세'가 되고 있다. 시는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청계천광장 등과 도시공원, 중앙차선 버스정류장 등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단속 중이다. 서울 시내 자치구들도 각각 학교 근처, 번화가 등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놓은 상태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244개 자치구 가운데 85곳이 일정 구역의 흡연을 금지하는 '길거리 금연'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행 중 흡연을 포함한 '길거리 전면 금연'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지난해 2월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보도'와 '보행자 전용 도로'를 금연 장소에 추가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처리되지 못한 게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조례안을 발의했던 남재경(새누리당·종로1) 의원은 "간접흡연의 폐혜가 너무 커서 조례를 발의했지만 시 집행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처리되지 못했다"며 "두 차례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시민 80% 이상 길거리 흡연 규제를 찬성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도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건강정책과 담당자는 "금연을 확대해가는 상황이지만 단속요원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었다"며 "다만 2015년까지는 가로변 버스정류장 5700개소와 학교정화구역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흡연자 단체인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길거리 흡연 규제에 대해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7월 동대문구의 금연거리 지정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혐연권 못지 않게 흡연권 또한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금연 정책은) 무조건 금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는 생활 속에서 최대한의 충돌은 합리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배려와 세심한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길거리 보행 중 흡연금지 또한 강제적인 법을 통한 규제보다는 비흡연자를 배려하는 올바른 흡연문화 정착을 위해 계도 및 캠페인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