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통화정책 조언하는 국제금융 권위자…버냉키 절친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마이클 우드포드(57·사진)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블룸버그마켓 10월호에서 국제금융시장의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선정됐다. 블룸버그마켓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우드포드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통화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드포드 교수의 영향력은 지난해 8월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이후 확인됐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사스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통화정책 관련 컨퍼런스다.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린 이후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취할 정책수단으로 무엇이 있을까 하는 데 참석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우드포드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무부 채권 매입이 효과를 내는지 의문이라며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을 사들이라고 조언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도록 해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 FRB가 소통방식을 바꿔 경제를 활력에 가득찬 상태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FRB는 9월에 MBS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고, 12월에는 인플레이션이 2.5%를 넘지 않는 한, 실업률이 6.5%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연구원을 거친 가우티 에거트슨 브라운대학 교수는 “우드포드 교수의 아이디어가 여러 중앙은행의 정책에 스며들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도 그의 말에 따라 금리를 언제까지 낮게 유지할지 명확히 밝히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경제학자가 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카고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뒤 예일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예일대 교수들은 그에게 경제학 개념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고, 그는 결국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MIT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컬럼비아대와 시카고대, 프린스턴대에서 가르친 뒤 컬럼비아대로 돌아왔다. 2003년에 낸 저서 ‘금리와 가격: 통화정책 이론의 기초’는 현대 화폐금융론 분야의 명저로 평가된다.
우드포드 교수는 버냉키 FRB 의장과 친분이 두텁다. 시카고대에 있던 우드포드를 프린스턴대로 부른 사람이 벤 버냉키 현 FRB 의장이다. 버냉키는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 “내 친구 우드포드 교수의 연구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 가까이로 낮춘 뒤 포워드 가이던스가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과 우드포드 교수는 올해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드포드 교수는 블룸버그마켓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버냉키 의장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다고 들려줬다. 그러면서도 한 수 훈수를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드포드 교수는 FRB가 통화정책 선회 시기를 실업률이 아닌 다른 지표, 예컨대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제안은 최근 하락한 실업률이 경기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분석되는 가운데 나와서 눈길을 끈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1월 7.9%에서 8월 7.3%로 낮아졌지만 일자리 창출보다는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우드포드 교수는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졌는데 FRB는 기준금리를 올리고 싶지 않을 수 있다”며 그래서 GDP 같은 더 넓은 경제지표가 경제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에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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