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기아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급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앞서 올해 협상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까지 마친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올 협상을 끝내면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임단협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12일 기아차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12차 본교섭에서 노사는 기본급 9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또 ▲성과격려금 500%+850만원(경영성과금 350%+5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장려금 300만원, 글로벌 품질경영 성과장려금 100%, 브랜드가치 향상 특별격려금 50%+50만원)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및 주간연속2교대 여가선용 복지 포인트 50만포인트 지급 ▲사회공헌기금 20억원 출연 및 주간연속2교대 제도 정착을 위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성과금 명칭이 일부 다르지만 전체 금액은 현대차와 같은 수준이다.
13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현대기아차의 올해 임ㆍ단협은 마무리된다. 앞서 지난 10일 현대차 노조는 올해 합의안을 가결해 먼저 임단협을 마쳤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정년 연장 등 노조의 일부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가 올해 임단협을 마치면서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기아차에 앞서 현대제철 노사가 올해 협상안에 합의했으며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현대모비스ㆍ현대하이스코ㆍ현대위아ㆍ현대로템 등 다른 계열사도 교섭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계열사의 관계자는 "노사 간 큰 틀에서는 합의했으며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라며 "그룹 내 가장 큰 계열사인 현대차가 합의를 한 만큼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ㆍ단체협상을 진행한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올해 임금협상만 진행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7월2일 상견례 후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각각 5차례 진행했으나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지난달 6일 한 차례 교섭결렬을 선었했다.
이후 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가결한 노조는 21일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수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파업 와중에도 노사는 지난달 27일 교섭을 재개했으며 이날까지 추가로 7차례 교섭을 진행해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이날까지 주ㆍ야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 기아차 노조는 당초 이날 협상이 결렬될 경우 파업강도를 높일 계획이었다.
노사 간 쟁점은 적었으나 임금 인상폭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업에 들어갔다. 최근 출시된 일부 모델의 경우 생산차질로 인해 고객인도 시점을 늦춰야 했다. 그러나 일찍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인 1조4360억원 선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이 해마다 임단협에 난항을 겪으면서 전문가들은 노사 모두 전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노조가 있는 만큼 단순히 특정회사만의 단발적인 이슈가 아니라는 지적도 내놨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2팀장은 "과도한 근로조건이나 인사권을 요구하는 데 대해 노조이기주의로 비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원칙을 지키며 협상을 진행한 건 나아진 부분이지만 노사 모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해마다 임단협이나 파업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노사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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